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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저축銀 신용대출 사실상 포기…연체율 10% 넘는 곳도
기사입력 2020-01-2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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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지방저축은행 ◆
부산에 있는 한 저축은행 본점에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지방 저축은행들은 경기 악화와 인구 감소 등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 = 이새하 기자]

부산과 울산 등지에서 10년 넘게 영업을 해온 A저축은행 임원은 최근 밀려오는 자영업자들 하소연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오래 알고 지낸 자영업자들이 급하다며 수백만 원이라도 빌려 달라고 성화여서다.

이 동네 기반이었던 제조업이 무너지고 노동자들이 떠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이 대폭 줄자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기자가 찾은 부산역 근처 초량시장은 한창 영업시간인데도 문을 닫은 곳이 적지 않았다.

이 저축은행 임원은 "최근 들어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신청 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었다"면서 "자영업자 대출은 리스크가 높아 대출해 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법인과 대표자 개인 대출 등이 엉켜 있어 대출 규모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경기에 민감해 '대출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공장이 떠나자 지역 주민과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한 지방 저축은행들도 생존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같은 지역 B저축은행은 신규 개인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여러 대출 건에서 연체가 늘고 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저축은행 임원은 "경기가 안 좋아지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기존 대출 연장을 제외하고는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며 "최근 대출 신청자들은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담보 물건이 확실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지방 저축은행들은 걱정이 커지고 있다.

A저축은행 임원은 "주택담보대출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아파트 값이 많이 떨어지면서 연체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금융사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90%를 웃돌던 경매 낙찰가율도 일부 지역에선 80%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다른 지방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경북 지역을 영업구역으로 둔 C저축은행 임원은 "지방 저축은행 대부분이 자영업자 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하는데 지방 경기가 나빠지면서 대출을 해줄 만한 고객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지방 경기 악화로 대출 부실이 생기면서 지방 저축은행 연체율 상승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한 지방 저축은행 37곳의 지난해 3분기 연체율은 전년 같은 기간(6.0%)보다 오른 7.68%에 달했다.

79개 저축은행 연체율 5.78%(단순평균)와 비교하면 1.9%포인트 높다.

연체율이 10%를 훌쩍 넘는 저축은행도 5곳에 달한다.

제도권 밖에 있는 P2P(개인 대 개인) 금융업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방 저축은행 위기는 근본적으로 국가의 부(富)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고용정보원이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제주와 세종은 1개 지역) 가운데 소멸위험 지역은 96곳(42.5%)에 이른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다.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이다.

광역지자체 기준으로 전남은 이미 소멸 위험 단계에 들어섰고, 전북·강원·충남·충북·부산·경남·대구·제주 등은 주의 단계다.


인구 감소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지방 인구를 사상 처음 넘어섰다.

부·울·경 인구는 2016년부터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C저축은행 임원은 "인구 감소로 지방과 지방 저축은행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 저축은행이 쪼그라들면 높은 시중은행 문턱에 걸려 제2금융권을 찾는 지역 서민과 중소기업 자금줄이 막힌다.


비대면 영업 등 자체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 점도 지방 저축은행을 생존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6일 저축은행 대표들을 만나 "다양한 정보통신(IT) 기술 기반 디지털 채널을 활용하라"고 당부한 이유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대면 영업을 강화해 정기예금을 운용해 조달 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개별 저축은행이 하긴 쉽지 않으니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핀테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저축은행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한다.

예를 들어 규모가 커 리스크 관리가 쉬운 시중은행에 쏠려 있는 보증부 대출을 저축은행으로 확대할 수 있다.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대출과 한국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인 '보금자리론'이 대표적이다.

저축은행 자산 규모에 따른 규제 차별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D저축은행 임원은 "대형 저축은행 자산은 8조원에 달하지만 규모가 작은 곳은 수백억 원에 불과하다"며 "저축은행 규제를 자산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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