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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發 로펌혁명 "계약서도 AI가 작성"
기사입력 2019-12-2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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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꾸는 빅데이터 ④ ◆
인공지능(AI)으로 수백 페이지가 넘는 계약서를 한 번에 수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영국 런던의 에이겐테크놀로지 사무실.
# 글로벌 30개국에 서비스하는 영국 A은행은 리보(LIBOR) 개정 작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표 금리로 활용됐던 리보가 조작 사건을 계기로 2021년 퇴출될 예정이어서 모든 금융 상품에 적용된 리보와 관련된 계약 사항과 문장을 수정해야 했다.

100여 명이 달려들어 두 달 넘게 작업해야 하는 분량. 해결의 실마리는 인공지능(AI)에서 나왔다.

법률 AI 프로그램을 사용하니 수백 쪽인 담보계약서를 버튼 한 번으로 수정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영국 AI 기업 에이겐테크놀로지 관계자는 "150개가 넘는 담보계약서를 수월하게 수정했다"며 "AI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200명이 할 수작업을 매니저 8명이 진행할 수 있다.

법조·금융 등 산업에서 업무 효율성이 전례없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가 법률·금융산업의 업무 방식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변호사가 일일이 문서를 수정하는 방식에서 AI가 문서를 학습하고 자동으로 작성하는 '리걸테크'로 진화하고 있는 것. 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리걸테크는 AI 기술을 활용해 법률 소비자에게 보다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루이스 Z.리우 에이겐 테크놀로지 대표
옥스퍼드대 출신 연구진이 2014년 설립한 에이겐테크놀로지는 금융 계약·분석 AI 프로그램을 내놨다.

특히 텍스트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분석하는 컴퓨터과학의 한 분야인 자연어처리(NLP) 기술에 특화돼 있다.

사용자가 질문을 남기면 학습한 문서를 토대로 분석하고, 문서를 작성한다.

이런 기술력에 골드만삭스·테마섹 등이 투자했고 올해만 3700만달러(약 43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골드만삭스, ING, 히스콕스 등 글로벌 금융사가 고객사다.

루이스 리우 에이겐테크놀로지 대표는 "에이겐테크가 개발한 AI는 금융 보험 분야 주요 계약 형태를 모두 학습했다"며 "문서 50종을 학습한 결과 문서를 이해하는 정확도가 98%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리우 대표는 "성능이 입증돼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 은행(G-SIB) 중 25%가 에이겐테크놀로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금융 법률 분야에서는 선두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리보처럼 글로벌 표준이 바뀌거나 각종 규제로 은행과 로펌들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걸릴수록 혁신이 늦춰지고 비용이 발생하는데, AI는 기업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이런 사례는 에이겐테크놀로지 말고 더 있다.

AI 스타트업 재단이 발표한 '영국 AI 스타트업 톱39'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한 루미넌스는 2015년 영국 케임브리지에 설립된 법률 전문 AI 기업이다.

영국 대형 로펌 상위 5개 중에서 4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루미넌스가 제공하는 AI 소프트웨어는 세계 각국 법률과 정책, 판례 등을 제공하고 분석한다.

AI는 문서를 분석해 위험 요소를 짚어주고, 각 판결문과 정책 요소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며, 법률에 대한 리뷰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원하는 정보를 고르고 해석을 달아 멤버들과 공유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시행된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

상당수 글로벌 유통사와 로펌이 루미넌스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줄인 것. GDPR 준비 시간을 80% 정도 줄였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설명이다.

에밀리 포지 루미넌스 대표는 "자체 인력으로 법적 매뉴얼을 준비할 때 사전 작업에만 9주가 소요된다고 예측됐다"면서 "하지만 루미넌스를 사용해서 단 2명으로 7일 안에 작업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포지 대표는 "자연어 처리와 머신러닝이 결합한 AI 기술은 언어 분석에서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자연어 처리 알고리즘 기술이 발전하면서 리걸테크가 산업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걸테크 AI는 단순한 보조적 수단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탈바꿈 중이다.

미국 버몬트 로스쿨에 따르면 리걸테크는 AI가 인간의 보조적 수단이 되는 1단계,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2단계, 기술이 결과적으로 법률체계 교체를 가져오는 3단계로 구분되는데 영미권은 2단계로 진입 중이다.

하지만 국내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2012년부터 5년간 각급 법원에서 처리된 781만5405건의 본안사건 중 법원이 운영하는 종합법률정보 시스템에 판례가 등록돼 열람이 가능한 사건은 0.19%(1만5140건)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한국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과 변호사 간 동업을 금지하는 변호사법에다가 데이터 부족으로 정확도를 높이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 이상덕 팀장(선전·서울) / 이선희 기자(런던·프랑크푸르트) / 조광현 연구원(선전) / 강민경 연구원(실리콘밸리)]
■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과 빅카인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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