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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한일관계 파국은 막아야 한다
기사입력 2019-11-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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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에 걸친 장기간의 한일 갈등은 2개의 변곡점을 맞아 파국을 우려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 8월 하순 한국 정부의 종료 통보로 인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효력을 잃게 되는 11월 23일과 대법원 판결로 압류된 일본 회사 재산의 현금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금년 말 또는 내년 초다.

지소미아는 한미, 한·미·일 관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협정이 파기되면 파장이 심각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마크 내퍼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 조지프 영 주일대사대리까지 공개적으로 나서서 협정의 존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압류재산의 현금화는 일본이 오래전부터 대응조치를 준비하고 실시하겠다고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상호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렇듯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게 된 데는 양국 정부가 오판에 따른 잘못된 결정을 주고받는 '우치(愚癡)의 행진'을 통해 일련의 연쇄반응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작년 10월 30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내부적으로 대응방안을 검토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6월 말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기여 방안을 일본에 제시했으나, 일본의 반대로 무산됐다.

교섭 가능한 실질적 타결책을 좀 더 일찍 제시해 교섭의 동력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너무 늦게, 너무 빈약한(too late, too little)"의 실책을 범했다.

7월 초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대한 전략물자의 수출 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정경 분리라는 보호막마저 허물었다.

현금화 시점이 아직 남았고 자유무역을 위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너무 빨리, 너무 과한(too early, too much)"의 우책인 셈이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일 영향력 행사를 촉구할 목적으로 지소미아 카드를 잘못 꺼내면서 사태는 더욱 꼬이게 됐다.

이 협정은 북한의 핵무장 위협 증대에 대비하는 데 긴요한 한일 군사정보 교류의 수단이자 한·미·일 안보 협력에도 필수라는 점에서 그 종료는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할 뿐 교섭 카드가 되지 못한다.


10월 하순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로 대화 분위기를 마련한 데 이어 11월 4일 태국 '아세안(ASEAN)+3 정상회의'를 계기로 13개월 만에 한일 정상 환담이 성사되면서 난국 타개의 불씨를 되살렸다.

그러나 서로 얽힌 3개의 현안을 시한 내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해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일본은 이미 통상 규제와 지소미아를 동시에 원상회복시키자는 한국 제안을 거부했다.

강제징용 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통상 규제를 거두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종료 시점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지소미아 존속을 위한 잠정 조치를 급히 모색해야 한다.


강제징용, 통상규제, 지소미아 3개 사안의 상호 연결성을 염두에 두고 다음 잠정조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확인하고 현금화 조치 진행을 중단시킬 조치를 강구한다.

임박한 현금화의 중지를 위해 잠정적으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기금 등을 활용한 제3자 공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적극적 해결 의지를 표명하는 방안으로 정부 또는 국회 차원의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둘째, 일본 정부는 통상 규제의 원상회복을 위한 양국 협의 채널을 만드는 데 동의하고 관련 사안에 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한다.

셋째,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의 종료 결정을 철회한다.


한일 관계는 오랜 악화로 인한 감정 대립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벼랑 끝에 놓였다.

전환기 동북아시아 정세를 헤쳐 나가는 데 한일 관계의 회복과 안정화는 필수다.

양국은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한 관리 노력을 기울이고 이를 토대로 회복·안정화의 길에 나설 때다.


[신각수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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