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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책과 지성] 티머시 스나이더 (1969~)
기사입력 2019-09-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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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과 나치즘에 굴복했던 20세기 초 유럽인보다 지금 우리가 더 현명한가? 이 질문에 미국 예일대 역사학 교수 티머시 스나이더는 단호하게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파시즘과 나치즘을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전체주의가 민주주의를 더 이상 위협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은 '일종의 착시'라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역사는 돌고 돈다.

지금 지구촌을 보자. '위대한 국가'를 외치는 국가주의가 세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을,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를, 시진핑이 중국을, 아베 신조가 일본을 국가주의로 경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른 많은 국가에서 국가주의 포퓰리즘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토피아를 약속하면서 권력을 잡는다.

그들이 위대한 국가를 외치는 모습은 파시즘과 나치즘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1930년대 유럽과 많이 닮아 있다.


스나이더는 유럽사 전공자로 특히 홀로코스트를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트럼프 당선을 보면서 뭔가 이상한 기운이 세계에 엄습해 오는 걸 느낀다.

그 두려운 예감을 담은 책이 '폭정-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이다.


"지난 20세기는 말해준다.

사회는 분열될 수 있고, 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질 수 있으며 도덕이 땅에 떨어질 수도 있고,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손에 총을 그러쥔 채 죽음의 구덩이 위에 서 있을 수 있음을…."
그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현대사를 다시 들여다볼 것을 주문한다.

그는 말한다.

"정치에 속았다는 말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고.
위정자들에게 속지 말고 각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스무 가지 행동요령을 알려준다.

미리 복종하지 말라, 제도를 보호하라, 위험한 낱말을 경계하라 등 매우 상징적인 대안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 좀 무섭다.

소름 끼치게 다가오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스나이더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비단 나치즘에 해당되는 것만이 아님을 직감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스나이더는 야만의 시대가 등장할 때 나타나는 현상들을 제시한다.

국가 내부 문제를 외부 문제로 돌리는 선동,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의 부재, 민주주의 덕목 실종 등이다.

이런 전조 증상이 시작되면 명확한 낱말과 개념은 사라지고 자극적인 선동이 대중을 도취시킨다.


스나이더는 통탄한다.

"민주주의와 폭정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대다수가 민주주의를 고를 텐데, 왜 현실에서는 폭정이 지속되는가."
사실 따지고 보면 문화혁명 같은 만행도 비슷한 조건에서 시작됐다.

권력을 가진 세력이 자기와 견해가 다른 사람을 반동으로 몰고, 그들을 공동체 구성원이 아닌 역겨운 존재로 치부할 때 불행이 시작됐다.


놀라운 건 민주주의가 괴사해 가는 과정을 대중들은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나치즘과 문화혁명이 참극을 일으키기 직전까지 대중은 '설마'를 연발하며 끔찍한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스나이더는 말한다.

"모든 선거는 마지막 선거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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