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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과 디지털게임
기사입력 2019-08-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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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게임의 법칙-149] ◆루시드드림, 자각몽
자각몽이라는 개념이 있다.

루시드 드림이라는 용어로도 불리는 이 개념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꿈속에서 인지한 채로 이어지는 꿈을 가리킨다.

이따금 자연스럽게 꿈속에서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경험자들이 있고, 그들의 체험에 따르면 순전한 상상의 세계라는 가능성을 인지한 순간 갑자기 한계를 넘어선 많은 것이 그 안에서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를테면 꿈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갑자기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게 된다거나, 거대 로봇을 소환해 탑승하여 조종한다던가 하는 경우가 가능해진다.


이런 자각몽을 직접 연습해서 스스로 원하는 때 꿀 수 있다는 의견과 실제 그런 연습을 하는 커뮤니티들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이것이 실현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

주관적 경험으로는 나도 무척 호기심이 생겨 대략 두 달 정도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았는데, 딱 한번 자각몽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트레이닝 결과라고 섣불리 장담하기는 어렵다.

나는 그 후 다시는 자각몽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읽어본 독자들 중에서도 호기심이 크게 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상상으로 건설된 꿈이라는 세계 안에서 자신의 의지가 세계의 법칙마저 좌우하는 경험을 실감나게 한다는 건 꽤나 흥분되는 일이다.

마치 영화 '인셉션'과 같은 독특하고 신비로운 체험일 것이다.

자각몽이 자신의 의도대로 수행 가능하느냐 여부를 차치하고 그 개념 자체는 어찌보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꿈꿔본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재현매체로서의 꿈
'어젯밤 꿈처럼 생생한' 같은 표현이 유의미한 한, 꿈은 어떤 의미에선 현실감으로는 꽤나 높은 등급을 쳐줄 수 있는 재현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행복한 상상이 만들어낸 꿈을 깨고 나면 가끔은 그 꿈속 경험이 실제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하루를 그리워하는 경우도 있다.

악몽이라면 하루 종일 그 공포가 현실에서도 일련의 두려움으로 작용하기에 우리는 '뒤숭숭한 꿈자리'를 일련의 전조 혹은 예언으로 읽는다.

실재감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면에 있어 꿈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그 어느 매체보다도 뛰어난 축에 속하면서도, 현실이 아니다.


이런 꿈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그 안의 이야기가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 가능한 상황인 자각몽이 된다면 여기서부터는 자기 자신에 한정한다면 거의 매체에 가까워진다.

내가 경험한 기억을 토대로 내가 재구성한 세계가 내 감각을 통해 마치 실존하는 것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여러 물리적·사회적 제약에 의해 불가능한 많은 것이 넘치는 실재감을 자아내며 다가온다는 상상이 주는 매력이 자각몽 커뮤니티에서 끊임없는 자각몽 트레이닝을 만드는 배경이다.

상상이 머릿속을 넘어 감각을 타고 재현된다는 것은 일반적인 매체기술로는 꿈도 못 꿀 일일 것이다.


◆게임과 자각몽
뇌과학 칼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자각몽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가끔 자각몽 이야기를 보다 보면 많은 매체들이 결국 궁극적으로 향하는 지점이 어디일까와 자각몽이 제공하는 경험을 비교해보곤 한다.

여러 가지 감각들을 통해 우리에게 실재감을 재현하는 매체들의 끝에 자각몽과 같은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단지 감각적인 재현의 측면에 대한 상상이라면, 조금 더 넓혀서 상상된 세계가 스스로 작동하는 안에 자아가 직접 개입하는 과정으로 생각을 넓혀본다면, 디지털게임의 방식과 지향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상상의 세계로서 게임은 그 안의 규칙들이 정교하게 맞물리며 작동하는 동적 세계이고, 그 속 어딘가에 플레이어가 들어가 규칙 안에서, 혹은 규칙과 나란하게 서서 플레이하는 공간이다.

게임에 따라 그 세계는 대단히 추상적일 수도 있고, 혹은 매우 현실적인 무언가를 지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은 아니지만 우리가 자각몽, 혹은 꿈 안에서 느끼는 감각 너머의 현실감은 게임의 규칙을 통해 체계화되어 전달된다.


타인에 의해 설계된 세계뿐 아니라 직접 세계를 디자인하는 과정이 게임화하는 것 또한 자각몽과 비교될 수 있는 소재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나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 디자인, 각종 게임들의 모드 지원 등 또한 생산이 아니라 창작, 변용이라는 놀이로서 제공되는 콘텐츠라는 점은 세계를 상상하는 힘 또한 디지털게임이 포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은 얼마나 꿈을 향하는가?
'모든 게임은 자각몽이다' 같은 선언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신선한 선언에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간 디테일을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유사하게 생각해 볼 구석은 있으나 그것만으로 게임이 곧 자각몽이라고 부를 만한 탄탄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질문은 가능할 것이다.

하나의 게임을 평가할 때, 그 게임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꿈 혹은 자각몽, 다시 말해 상상된 세계 안에서 느끼는 생생한 감각을 향하고 있는가? 게임을 평가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로 이러한 질문이 얻을 가능성도 충분히 유의미해 보인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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