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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부자들이 한국을 떠난다는 이야기
기사입력 2019-06-2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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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론인 37년 경력에 요즘 들어 탈원전보다 코리아 엑소더스(탈한국)란 말을 더 많이 듣는다.


사회 기류를 더 확인하기 위해 은행장,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증권사 오너들에게 "부자들이 한국을 떠난다는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러시아 국적으로 갈아탄 사건이 떠오른다.


매출액이 3000억원쯤 하는 한 기업가에게 왜 그런지를 물었다.

"나는 기업 세무조사에 이어 개인 세무조사로 탈탈 털렸다"면서 "그보다 무서운 게 있다.

우리는 근파라치 공포증에 걸렸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근(勤)파라치라니?
회사 내 근로자가 뭔가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일러바치면 무소불위로 들이닥쳐 헤집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직원 채용도 아는 사람을 통해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은행장, 공기업 사장들이 특혜를 줬다며 수사를 받는 것을 보니 그냥 안 뽑게 되더라고 한다.


문재인정부 2기 들어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라"는 지시가 떨어져 실제로 몇몇 기업인이 더불어민주당 고위층에게 불려갔다.

한 기업인이 당 핵심에게 현실을 어렵게 하는 정책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래서요? 그렇게 하면 표(票)가 더 나오나요"라고 반문하더란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청와대에 들어간 김상조 정책실장은 대통령을 설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작년 해외투자는 500억달러,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는 163억달러에 불과했고 올 1분기 들어서는 역조가 더 심해졌다.

기업이 나가고 부자가 떠나고, 해외에 있는 인재는 한국에 안 들어온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은 교수요원을 스카우트하러 유명 한국인 교수를 수십 명 접촉했으나 한 명도 초빙하지 못했다.

연봉이 3분의 1도 안 되니 누가 오겠는가. '돈의 지혜'에서 저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재산(돈)은 곧 자유이고 생명"이라고 했는데 차 교수가 실감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행사에서 어떤 경제단체장은 한국의 상속세가 최고 65%대(대기업)로 세계에서 단연 최고이므로 낮춰달라는 건의를 3번이나 했다.

그러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국의 좌파가 떠받드는 북유럽 3국의 상속세율은 스웨덴 0%, 노르웨이 0%, 핀란드 19%다.

미국과 영국이 각각 40%, 독일은 30%다.


왜 부자들이 한국을 떠나는 행렬에 가담할까. 투자이민 설명회를 하는 '예스이민법인' 측 설명에 따르면 상속 시점이 다가오는데 재산의 50%를 뺏기는 게 무섭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일단 투자이민으로 영주권을 안전장치로 확보하고 여차하면 튀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50만달러만 내면 투자이민을 받아줬는데(한국인 연간 700명) 금액이 135만달러로 올라가고 영주권 수속 기간이 현재 1년 반에서 최장 7년으로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 안착하면 상속세 면제 한도가 현재 530만달러에서 내년부터는 1120만달러로 늘어나고 부부 합산 2300만달러(약 270억원)까지 세금이 제로다.

한국에서 230억원을 상속하면 120억원 이상 뺏기니 미국과 차이를 보라. 호주 투자이민에는 40억원이 들지만 싱가포르는 22억원으로 절반 수준이어서 요즘 불티난다.

캐나다는 퀘벡 말고는 문이 닫혔다.

세 나라 공히 상속세율이 0%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는 '제도'가 흥망을 결정한다고 했는데 부자가 떠나는 현장을 한번 보라.
잘못된 제도로 부자와 인재(brain)가 떠나 일류에서 이류 국가로 전락한 역사적 최고의 사례가 1492년 스페인의 알함브라 칙령이다.

스페인은 781년 만에 이슬람을 내쫓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축배를 잊고 "유대인은 4개월 내에 모두 떠나라"며 17만명을 네덜란드 등으로 쫓아내고 마녀사냥으로 화형에 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인구 1000만명 중 떠난 유대인은 17만명(1.7%)밖에 안 되지만 재능과 돈을 가진 소수가 떠나고 스페인은 망조로 기울어갔다.


근래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폭정으로 부자들이 떠나 망했다.

문재인정부의 부자 증세, 노조 폭주, 좌우 편 가르기는 가히 한국판 알함브라 칙령이다.

문재인정부 2019년은 부자가 나가는 원년이고 인재는 안 들어온다.

김상조 팀은 유연성 같은 한가한 얘기보다는 이것부터 고쳐보라.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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