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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윤석열, 실세권력에 맞설 수 있나
기사입력 2019-06-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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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는 쥐새끼 같은 놈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자신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연계 의혹 및 가족의 자금 문제까지 파고들자 대로했다.

그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불러 "왜 자기 사람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느냐"며 소리치고 코미 국장을 해고할 이유를 찾으라고 닦달했다.

이후 "코미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잘못 처리했다" "FBI 조직이 코미에게 등을 돌렸다" 등 허위 보고서가 속속 올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5월 9일 자신의 경호원을 코미 국장이 자리를 비운 FBI 사무실로 보내 해임통지서를 전달하고 법무장관에게 해임 발표를 지시했다.

백악관 비서실장이 "코미를 직접 불러 이야기하는 것이 품위 있는 방법"이라고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모욕적인 방식으로 코미 국장을 해고한 것은 그가 '충성 맹세'와 '수사 중단'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자신과 정부를 더 공격적으로 수사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울프 '화염과 분노') FBI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려고 살아 있는 권력에까지 칼을 들이댄 코미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문무일 검찰총장(사법연수원 18기)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이 고검장이 아닌 윤 지검장을 파격 발탁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부정부패 척결의 적임자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강골검사'인 윤 지검장은 평소 "검찰이 거악 척결을 위해 직접 수사를 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은 곳곳에 뿌리내린 반칙·특권을 일소하고 공정·정의 원칙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윤 후보자의 신념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시중에선 윤 지검장 낙점에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법무장관 교체설까지 돌면서 집권 후반기 사정 국면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적폐 수사 시즌2의 타깃은 기업이 될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기아차 한화테크윈 코오롱생명과학 KT 등 다수 기업들이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 경영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와 거미줄 규제로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활력을 불어넣지는 못할망정 또다시 '적폐'를 내세워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우리 경제를 포기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의 썩은 환부는 도려내야 하지만, 권력 비리는 외면한 채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수사하기 쉬운 기업들만 먹잇감으로 삼는 것은 검찰 본연의 역할로 보기 어렵다.

검찰로선 기업도 '갑'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기업은 정권 앞에선 언제나 바람 앞 촛불 같은 신세다.

대통령 부인이 최근 마련한 비공개 오찬 자리에 기업 최고경영자(CEO) 10여 명이 우르르 몰려간 것이 뭘 의미하겠나.
윤 지검장이 그동안 후배 검사들 신망을 얻고 총장 문턱까지 오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2004년 노무현정부 시절 '대선자금' 수사와 2013년 박근혜정부 때 '국정원 댓글' 수사에서 보듯 외압에 물러서지 않고 권력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감이 강하다'는 그조차 정권 출범 후인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에 입성하면서 두둑한 배짱과 결기가 무뎌진 것이 사실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적폐수사'로 100명 넘는 인사들이 검찰에 불려다니며 곤욕을 치렀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 일부 인사들은 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심리적 압박감에 목숨을 끊었다.

'정의'는 약자가 아닌 강자, 죽은 권력이 아닌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는 것이다.

그것은 정권의 '예스맨'이 아니라 '저항인(The Resister)'이 돼야 가능하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처럼 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무혐의 처분하고, 주변 인사만 처벌하면 정의는 요원하다.

검찰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정권에 은전을 베푸는 자리가 아니다.

코미 국장처럼 실세 권력에 맞서 자신을 희생할 각오를 보여야 진정한 검찰수장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사퇴를 고민하는 게 낫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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