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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일 정상회담 서둘러야
기사입력 2019-06-2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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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다.

화웨이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에게도 어느 한쪽에 서라고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안보의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

대중 무역은 우리 전체 무역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만 난감한 것일까? 일본은 미국 쪽에 서기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중 간 힘겨루기가 장기화되면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은 어떤가. 한국과 일본은 서로 힘을 모으는 게 상지상책(上之上策)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이달 말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한일이 따로 정상회담을 할지 말지 불투명하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까? 내가 아둔한 탓인지 한일관계를 방치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손해는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월 13일 한국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작년 10월 한국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양국 경제교류가 뚜렷이 위축되고 있다.

일본의 올해 1분기 해외직접투자는 1015억9000만달러(약 120조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7.9% 증가했지만 한국으로의 투자는 6억3000만달러로 6.6% 줄었다고 한다.


한일 양국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갈등도 있었으나 각 분야에서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고 이러한 협력관계가 서로의 발전에 기여했다.

지금도 여전히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중요한 파트너다.

한일관계를 방치해 두는 것이 한일 양국 모두에게 손해라면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이 밀착되어 가는 동북아시아의 세력 판도 변화 속에서 한일관계 개선은 더욱 절실한 과제라 하겠다.


그렇다면 꽉 막힌 한일관계는 어떻게 해야 풀릴 수 있을까?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수상의 공동선언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이 공동선언은 많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핵심은 상대방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정치 지도자의 용기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받아들여 사죄했다.

우리는 일본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한 역할을 인정했다.

그랬기에 이후 많은 협력이 가능할 수 있었다.


작금의 한일 간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대법원이 내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이다.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국익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책무도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기금을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으나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는 크다.

일본은 우리 사법부와 일본 사법부의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과 한일 양국의 법 체계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일본은 맞고 한국은 그르다고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양국의 지도자가 서로 만나서 대국적인 관점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제 우리도 일본을 과거사라는 하나의 창만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물론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경제교류, 대북공조, 문화교류,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다양한 창을 통해 일본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협력도 가능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만들어진다.

이제는 반일이냐 극일이냐는 논란이 무색해질 만큼 우리의 국력도 신장되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우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보통의 이웃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도 우리 국익을 위해서도 서로 마주 보고 살고 있는 한일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일본과 관계 개선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정치 지도자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갑수 한국산업경제연구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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