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M-PRINT GFW CITYLIFE LUXMEN 매경이코노미 MBN골드 MBN 매일경제
로그인|회원가입 |시청자 게시판
종목검색
  • 종목검색
  • 통합검색

헤드라인

광고
프로그램 바로가기
프로그램 바로가기 닫기
가나다순 카테고리순
광고
> 뉴스 > 기사
기사목록|||글자크기 
노트르담 1조 기부 역풍…노란조끼 다시 거리로
기사입력 2019-04-21 23:42
  • 기사
  • 나도 한마디
공유하기 
23번째 노란조끼 시위가 열린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한 남성 시위자가 "내일은 하늘이 노랄 것"이라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불길에 휩싸인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동력을 잃고 지지부진하던 '노란조끼' 시위의 불을 다시 댕겼다.

사회 기저에 깔린 불평등을 호소하고 양극화를 개선하라는 자신들의 요구에 묵묵부답하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갑부들이 약속이나 한 듯 성당 복구에는 앞다투어 나서자, 시위대는 다시 조끼를 입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특히 갑부들이 하루 만에 1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하자 이들은 "이것이 바로 불평등한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우리 모두가 대성당(We Are All Cathedrals)"이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20일(현지시간) 수도인 파리 등 프랑스 전역에서 23차 노란조끼 시위가 열렸다고 AFP, 프랑스24 등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날 프랑스 내무부는 오후 7시 기준 파리에서 9000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2만7900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노란조끼 시위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한 시민들이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구비하는 형광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위를 일컫는다.

이후 시위대는 서민경제 개선,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이날까지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이날 파리 집회는 대부분 평화적인 행진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프랑스24는 파리 시내 재무부 건물에서 라 푸블리카 광장으로 향하던 수천 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거리에 세워진 오토바이와 쓰레기통 등에 불을 질렀으며, 상점과 차량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최루탄을 사용해 이들을 진압했다.

파리 경찰당국은 시위대 227명을 체포했으며 파리에 진입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2만500명에 대해 검문검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은 방독면과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 등을 소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줄어가던 시위대의 규모는 이날 다시 불어났다.

최초 시위인 지난해 11월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30만명이 모였던 '노란조끼'는 같은 해 12월 프랑스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며 잦아들었다.

당시 정부는 유류세 인상 시기 6개월 연기,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세액 공제, 최저임금 인상 등을 약속했다.


지난 15일 일어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후 발 벗고 나선 사회지도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시민이 많아진 게 시위대 증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재 후 프랑스 정부는 재건을 위해 기부금을 모금하겠다고 밝혔으며, 화재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마크롱 대통령은 성당을 5년 안에 재건하겠다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의 유례없는 신속한 조치는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했다.


한 시위대 참가자는 "노트르담 화재는 모두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사람들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며 "그러나 이는 다시 (시위에) 불을 붙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말했다.


시위대는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보다 자신들이 요구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노란조끼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잉그리드 르바바쇠르는 AP통신과 인터뷰하면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명백히 슬픈 일이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다"며 "국가적 애도를 말하는 사람은 제정신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마크롱이 화재에 대해 말하는 데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제기한 이슈를 다루는 데 3주나 걸렸다"며 시위대가 느끼는 박탈감을 설명했다.


마크롱은 앞서 15일 저녁 노란조끼 시위대의 요구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대국민담화를 계획했지만,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이를 취소한 바 있다.

르바바쇠르는 마크롱 대통령이 화재의 여파로 생긴 국민 통합의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대표 부호들의 거액 기부금도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다.

평소 서민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은 대기업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1억~2억유로(약 1278억~2556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앞다투어 기부한 것을 두고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것이다.

화재 다음날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을 소유한 프랑스 2위 부호인 프랑수아앙리 피노 케링그룹 회장은 1억유로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얼마 후 최대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LVMH 일가는 2억유로를 쾌척하겠다고 전했다.

베탕쿠르 메이예 로레알그룹 회장 일가 역시 2억유로를 내놓았으며,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은 1억유로 기부를 약속했다.

최근까지 성당 복원을 위한 기부금은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 상당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부호들이 경쟁적으로 기부를 이어 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부금에 대한 세액 공제를 언급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뒤 부랴부랴 세액 공제를 받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 법에 따르면 소실 위기의 문화재 복원에 대한 기부금은 최대 90%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날 시위대는 "노트르담에는 수백만 유로, 우리에게는?" "인간이 먼저다.

10억유로를 노란조끼를 위해!" "우리 모두가 대성당이다"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가했다.


필리프 마르티네즈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위원장은 "노트르담을 재건하는데 수천만 유로를 기부할 여력이 있다면, 사회 비상 상태를 해결할 돈이 없다는 말은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25일께 앞서 취소했던 대국민담화를 할 예정이다.


[류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리드

기사목록|||글자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