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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NOW] (16) 구글 회장도 홀딱 반한 ‘외국인 VIP 의전관광’…럭셔리보단 ‘유니크’…DMZ·종갓집 등 인기
기사입력 2018-07-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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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슈퍼리치의 한국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일반 패키지 여행은 당연히 아닐 것 같다.

사적인 공간과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그들이 패키지 여행을 선택할 리 없으니. 그렇다고 자유여행도 쉽지 않을 터다.

높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유니크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VIP 의전관광이 답이다.

공항 영접부터 숙박, 관광 안내, 각종 예약과 섭외 등 외국인 VIP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모든 동선을 관리하고 케어하는 하이엔드 컨시어지 서비스다.

국내에는 코스모진이 선두 회사다.

정명진 코스모진 대표는 2001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외국인 VIP를 대상으로 한 의전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그간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 프란치스코 교황, 우디 앨런 감독, 울버린으로 유명한 휴 잭맨 등 굵직한 인사의 한국 여행을 담당한 바 있다.

외국인 친구를 초대하는 국내 대기업 오너 2~3세들도 많다고. 그들이 한국에서 하루 머물 때 쓰는 1인당 평균 비용은 1000만원 수준이다(쇼핑 제외 금액).
외국인 VIP는 ‘럭셔리’보다는 ‘유니크’, 즉 특별한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18년째 사업을 운영해온 정명진 대표는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면 한국 최고의 파스타를 맛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지만 장인이 담근 된장에는 수백만원을 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게 슈퍼리치”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VIP 중에서도 중동 부호들의 국내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중동 고객 비율이 전체 20%가 넘을 정도다.

코스모진이 오랜 기간 외국인 VIP를 의전하며 경험했던 ‘실제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가상의 중동 슈퍼리치 ‘만수르’의 2박 3일 한국 여행을 구성해봤다.



▶1일 차 | 강릉 종갓집에서 선비 노릇
▷낚시 체험 전 미리 물고기 ‘살포’도
고민이 많다.

절친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중동 석유 부자 ‘만수르’가 아내와 딸을 데리고 한국에 놀러 오고 싶다고 말한 게 지난 1월이다.

외국인 VIP 의전관광 전문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중동 사람은 종교, 음식, 예복, 문화 등 개성이 뚜렷해 취향을 맞추기 쉽지 않은 탓이다.


방문 시점에 맞춰 6개월 넘는 시간 동안 코스모진과 여행 일정을 조율했다.

1년 전부터 스케줄을 체크하는 고객도 많다고. 못 먹는 음식, 선호하는 여행 콘셉트, 꼭 가보고 싶은 장소나 해보고 싶은 체험 등등. 짜증이 날 정도로 꼼꼼하고 잦은 질문에 마음이 한시름 놓였다.

“최근 아랍 공주 의전관광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코스모진 직원의 말도 효과가 있었다.


방문 당일. 만수르 가족이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옆에 처음 보는 한국 여성이 있다.

코스모진에서 파견한 ‘도슨트’다.

여행 내내 만수르 가족과 함께 다녀야 하는 도슨트는 한국의 경제·문화·역사를 폭넓게 숙지하고 있는 전문가다.

도슨트는 공항 브리지에서부터 만수르 가족을 수행했다.


만수르 가족의 첫 번째 목적지는 강릉.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함께 지내는 종갓집에 방문했다.

‘어리광이 심한 딸의 버릇을 고치고 싶다’는 만수르의 특별 요청이 있었다.

외국인 VIP는 보통 한국의 전통 예절이나 가풍에 관심이 많다.

강릉 종갓집에서 다도 체험을 한 후 점심식사를 마쳤다.


소화도 할 겸 만수르와 단둘이 낚시를 하기로 했다.

사실 낚시는 코스모진과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코스 중 하나다.

일이 풀리지 않으면 기분이 확 틀어지는 만수르에게 ‘허탕’이란 있을 수 없는 일. 잠수부를 고용해 낚싯줄 주변에 먹이를 뿌려 물고기를 모으고 미리 준비해놓은 물고기도 대량 살포했다.

1시간 남짓 만에 가득 찬 어망. 만수르는 의기양양하다.

정명진 대표는 “잠수부들이 낚싯바늘에 직접 물고기를 잡아 끼운 적도 있다.

특히 중요 사업으로 방문한 VIP 고객의 경우 기분이 틀어지면 계약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차 | 에릭 슈미트 DMZ만 두 번
▷유명 셰프 초대해 ‘할랄푸드’ 한식도
이튿날 만수르 가족을 태운 밴이 달려간 곳은 경기 파주다.

DMZ와 판문점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DMZ는 외국인 VIP가 자주 요청하는 국내 최고 인기 여행지 중 하나. 에릭 슈미트 전 회장은 두 번의 방한에서 모두 DMZ를 방문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다.


코스모진 DMZ 투어는 일반적인 코스와 다르다.

판문점에 주둔하는 UN군 관계자와 협업을 통해 군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곳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코스모진 관계자는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지만 오직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공간인 것도 사실이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유치로 외국인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판문점을 떠나 서울에 도착하니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다.

만수르 가족은 ‘경복궁 나이트 투어’를 즐겼다.

야간 개장 기간이 아니었지만 경복궁 측과 사전에 협의를 끝내놓은 상황. 조명이 은은하게 들어온 근정전과 경회루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는 만수르 가족을 보며 절로 흐뭇해졌다.

저녁식사를 위해서는 경복궁 근처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다.

TV 예능에도 출연한 적 있는 스타 셰프를 섭외해 할랄푸드를 이용한 한식 코스를 선보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호텔에 도착했다.

만수르가 스위트룸 객실을 둘러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풀었다.

코스모진 직원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는 “세계 최고 카지노 대부로 유명한 셀던 아델슨 때문에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새 비데를 달아달라고 요청했지만 호텔 측이 거부하자 호텔을 바꾸겠다고 떼를 썼다.

당시에는 코스모진 직원들이 그가 보는 앞에서 온 정성을 다해 변기를 닦음으로써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며 미소지었다.



▶3일 차 쇼핑 2억원…차용증까지
▷‘멸치볶음’ 구하러 야밤에 호프집 출격
숨 가쁜 일정 안에서도 3일 차는 여유롭게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짜놨다.


만수르는 미리 섭외해놓은 프로골퍼와 함께 라운딩을 떠났다.

만수르 부인의 스케줄은 백화점 쇼핑과 가락시장 구경이다.

최고 수혜자는 아마 만수르의 딸일 것 같다.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국내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 방청을 하고, 쇼가 끝난 후에는 꿈에 그리던 한국 아이돌과 티타임까지 가졌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역시 쇼핑이다.

백화점과 협의를 통해 ‘퍼스널 쇼퍼룸’을 마련했다.

사전에 만수르 부인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알아내 취향에 맞는 상품들로 명품관 내부를 꾸몄다.

코스모진 관계자는 “최근 방한했던 아랍 공주는 신나게 쇼핑을 즐기다 가져왔던 2억원이 모자랐다.

당시 코스모진이 차용증을 받고 1억원을 빌려줬다”고 회상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새벽 비행기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인 만수르 가족. 그런데 출국 3시간 전인 밤 11시 만수르 부인이 생뚱맞은 질문을 던진다.

“고소하고 달콤한 작은 물고기가 있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지금 구할 수 있을까?” 그렇다.

첫째 날 강릉 종갓집 점심식사에서 반찬으로 나왔던 멸치볶음이었다.


1시간 후 멸치볶음을 들고 코스모진 직원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호텔 주방에 멸치볶음 조리를 요청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불가능했다.

호텔 근처 마트로 달려가 멸치와 물엿, 깨, 설탕 등 재료를 구입해 생판 모르는 호프집에 들어가 요리를 부탁했다고. 정명진 대표는 “감동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사소한 말, 행동 하나를 놓치지 않고 대응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는 게 VIP 의전관광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정성 어린 멸치볶음을 건네받은 만수르 가족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게이트를 나섰음은 두말할 것 없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4호 (2018.06.27~07.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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