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최근 은행권의 채용비리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그런데 빽 없이 겨우 바늘구멍을 뚫고 은행에 입사를 하면 또 다른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신입사원 연수입니다. 행군은 물론이고 밤샘 산행까지 이겨내야 하는데요.
게다가 이런 교육기간에 신입 행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용갑 기자입니다.


【 기자 】
우리은행 신입행원의 교육연수 스케줄입니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업무 교육은 점심과 저녁식사 1시간씩을 제외하고 밤 9시까지 10시간 동안 계속됩니다.

밤 9시가 됐다고 교육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자율학습과 팀별활동이 있고, 주말마다 일정이 이어집니다.

은행원이 되기 위한 진짜 관문은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11시간 동안 진행되는 야간 산행입니다.

오대산을 시작으로 밤샘 산행을 거쳐 하조대까지 총 30km가 넘는 고된 과정을 이겨내야 합니다.

신입 행원들이 이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받는 돈은 하루 5만 원.

최저임금에도 턱 없이 미치지 못하는 액수입니다.

▶ 인터뷰(☎) : 황은오 / 노무사
- "교육 담당자들이 교육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법원이나 판례나 노동부 입장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서 근로를 제공한다면 근로시간으로 보고 있구요. 최저임금 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높습니다. 실제로 위법의 소지가 있죠."

이 같은 구시대적 은행 문화는 결국 신입행원들의 이탈로 이어집니다.

올해 1월 우리은행에 들어온 신입행원 186명 가운데 30명, 전체의 16%에 달하는 신입행원이 퇴사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편 KB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우 신입행원 교육기간도 정식급여를 지급하고, 하나은행은 일비 지급, 신한은행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은행권 채용비리의 시발점이었던 우리은행, 힘들게 바늘구멍을 뚫고 입사한 신입행원들에 최저임금은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매일경제TV 김용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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