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M-PRINT GFW CITYLIFE LUXMEN 매경이코노미 MBN골드 MBN 매일경제
로그인|회원가입 |시청자 게시판
종목검색
  • 종목검색
  • 통합검색

헤드라인

광고
프로그램 바로가기
프로그램 바로가기 닫기
가나다순 카테고리순
> 뉴스 > 기사
기사목록|||글자크기 
[매경포럼] 중국 `실크로드`를 바꿔놓은 사람들
기사입력 2017-11-15 19:16
  • 기사
  • 나도 한마디
공유하기 
서기 1000년이 도래할 때 유럽은 중세 암흑기였다.

새 천년을 맞는 기대보다 두려움이 컸다.

'하늘의 심판'을 경고하는 종말론이 범람했다.

그런데 웬걸, 새 천년의 아침이 밝아도 심판이나 재앙은 없었다.

허탈해진 중세 유럽인들이 선택한 행동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성지순례. '심판이 잠시 미뤄졌을 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예루살렘이나 스페인 산티아고 등 성지나 성인의 유품이 보관된 곳을 찾아 순례에 나섰다.

또 하나는 대규모 토목공사. '공연히 심판론에 솔깃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미뤄온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순례자들이 길을 뚫고 그 길을 따라 도시와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암흑시대를 허무는 르네상스가 움트기 시작했다.

도로가 곧 세상을 바꾸는 통로였던 셈이다.


로마가 중세 이전에 이미 그러했던 것처럼 도로의 중요성에 주목한 나라나 인물은 적지 않다.

돌궐제국을 부흥시킨 명장 톤유쿠크 비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고 길을 닦는 자는 역사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
미국과 중국이 지구촌 주도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G2 시대다.

누가 길을 더 넓히려는지 지켜보면 이 힘겨루기의 미래도 짐작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에 결연하게 반대한다"며 개방을 역설했다.

이에 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시로 장벽·보호·울타리를 거론한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 국가적 사업으로 주창하고 나온 '일대일로(一帶一路)'도 한마디로 길을 뚫자는 이야기다.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一路)를 건설하자는 계획이다.

앞으로 30년 동안 185조원이 투입될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다.

그 길을 통해 문화·경제 교류를 확대하자는 취지는 좋은데 그 길에 한반도가 빠져 있으니 불만이다.


지난 9월 고대 실크로드의 요충지 간쑤성 둔황에 가봤다.

신라시대 승려 혜초가 인도를 여행하고 쓴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곳이다.

그 외에도 둔황 석굴에는 한국인의 흔적이 많다.

깃털 네 개를 꽂은 조우관을 쓴 고구려인, 말을 탄 신라 사신, 고려의 짐꾼 등이 석굴 벽화에 그려져 있다.

고대 실크로드를 번성하게 만든 주역 가운데 하나인 한국을 21세기 실크로드 프로젝트에서 빼놓는다는 건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다행인 건 변화가 보인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일대일로를 '일대일로일도(一帶一路一道)'로 수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외에 또 하나의 길, '일도(一道)'를 뚫자는 논의다.

중국에서 한국과 북극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해상 통로인데 이 항로가 구축되면 부산은 그 중심에 놓이게 된다.

'일대일로'에 '일도'를 접목시키는 이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가 했더니 그 뿌리는 한국이다.

'여시재'라는 민간 싱크탱크가 지난해 '북극항로와 일대일로'라는 주제로 미국·중국 등지 전문가들을 불러 포럼을 열었다.

그때 참석한 중국 전문가가 이 아이디어를 중국 정부에 설파한 결과라고 한다.


정권교체 바람 앞에 국가 정책이 요동치는 시절이다.

내 편의 주장인지, 네 편의 주장인지에 따라 명암이 갈린다.

이 정치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백년대계가 아쉽다.


여시재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을,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원장을 맡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등이 포럼에 참여한다.

그야말로 보수와 진보가 망라됐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지에 각자 구축해온 정·관계, 학계, 재계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대한민국 미래를 설계하자는 취지다.

인천 영종도에서 오는 25~27일 두 번째 포럼을 연다고 한다.

실크로드를 변경시킨 지난해 포럼처럼 올해에도 편가르기에 말려들지 않을 묵직한 아이디어를 내놓기 바란다.


[최경선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목록|||글자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