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독일 헌법재판소의 ESM 합헌 승인과 미 연준의 3차 양적완화 발표 등 금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소식들이 이어지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습니다.

지난주에는 이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소멸되면서 글로벌 통화 및 채권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됐습니다. 달러화지수는 주간 0.61% 상승한 79.328로 마감했고, 지난주에 BOJ의 추가 자산매입 조치 실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선물 기준으로 주간 0.25% 절상됐습니다. 현시점에서 양적완화로 인한 달러화 약세 압력과 통화 정책 효과의 약화가 반영되며 디플레이션 위험이 큰 엔화의 약세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입니다.

최근 유럽 재정 위험국들의 국채 금리와 CDS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완화되고 있는 양상인데, 현재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주춤한 것은 단지 속도 조절 단계에 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지난주 상품시장은 조정을 받은 모습으로, WTI유 가격은 주간 6.48%나 하락하며 배럴당 92.89달러를 기록했고, 옥수수 가격은 평년보다 빠른 수확에 대한 압력으로 주간 4.32% 하락한 부셸당 7.4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반적인 상품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은 주간 0.3% 상승해서 온스당 1,77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지난 17일 평소대비 순간 거래량이 15배가량 증가하는 대량 매도가 발생했는데, 이후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루머, 사우디 증산, 재고량 증가 등의 이슈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며 현재 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유 재고는 증가했지만 원유제품 재고량은 예상외로 감소했고, 양적완화 발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품 가격이 상승하다가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인해 하락했던 부분은 이전에 1, 2차 양적완화 실시 시기에도 포착되던 현상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아직 유동성 장세가 끝났는가를 의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유가하락의 또 한가지 이유로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중동 관련 정정 불안을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30개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 훈련에 들어간 모습인데, 미국이 이란 압박 수위를 조절하려고 함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단독으로라도 이란과 전쟁을 치르겠다라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주 증산을 발표하면서 브렌트유가의 적정수준이 100달러라고 밝혔지만, WTI유에 비해 브렌트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부분은 이러한 정정 불안 수위가 높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글로벌 경기 모습이 고유가를 지지할 수준이 아니고, 미국 대선을 앞두고 물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향후 유가의 상승과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배럴당 87~105달러 정도에서 움직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며, 유동성 확대 정책에 따른 투기성 수요는 추세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변동폭 확대 요인으로 영향력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신 경제연구소 서지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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