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질책에 SPC, 구조 개선 착수
유통·식품업계 현장 점검 ‘속속’
혹서기 근로자 보호책도 확대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근로자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SPC그룹 공장 사고를 강하게 질책하며 노동자 안전 시스템 개선을 주문하자, SPC그룹은 8시간 초과 근무 폐지와 안전 강화 조치 등을 발표하며 현장 개선에 착수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에 유통·식품업계 전반이 근로환경 점검에 나서는 분위기다.


SPC, 야근 줄이고 안전 시스템 개편
28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사고 이후 본사 차원의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현장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 개편에 나섰다.


SPC그룹은 전날(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필수적인 품목 외에 야간 생산을 최소화하고 공장 가동시간을 축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물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인 생산 구조 개편을 추진하며,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전면 시행은 10월 1일부터다.

안정적 정착을 위해 노조와의 협의는 물론, 전환기 교육 및 매뉴얼 정비도 병행된다.


이번 조치는 대통령이 지난 2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해 중대재해 예방을 강조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대응이다.


유통 3사·식품 대기업, 안전관리 총력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경기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5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롯데제공]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업계 전반도 현장 안전 점검에 속속 나서는 분위기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 3사는 전사 안전관리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는 34개 계열사의 사고 발생 및 조치 사항을 ‘롯데세이프티’ 시스템으로 실시간 공유하며, 주요 계열사에 안전 전담부서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두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전 점포에서 ‘안전사고 예방 결의대회’를 진행하며 현장 경각심 제고에 나섰다.


신세계 이마트는 ‘52주 안전·보건 로드맵’에 따라 점검을 강화하고 있으며, 스타벅스는 매장 위험 요소를 수집하는 자체 앱 ‘사이렌119’를 활용해 분석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안전보건 예산을 540억원까지 확대하고, 관련 시설투자도 검토 중이다.


CJ제일제당 CI. [사진 = CJ제일제당 제공]
제조 중심의 식품업계는 생산 공정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 중이다.


CJ제일제당은 62개 제조·R&D·외식 사업장의 안전보건체계를 본사 주도로 자체 점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품업계 최초로 공장에 인공지능 CCTV를 도입하고 사고 발생 시 작업을 즉시 중단토록 하는 ‘작업중지권’ 제도를 시행 중이다.

또한 근무시간 8시간을 원칙으로 업무가 과중되지 않도록 교육을 진행해 최소 2시간에 걸쳐 현장 체험 중심의 훈련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농심은 R&D센터 내 ‘식품안전연구팀’을 중심으로 병원성 미생물, GMO 등 위해 인자를 상시 감시하며, 살균소독제 연구와 오염 방지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삼양식품은 끼임사고 방지를 위한 자체 설계를 도입했고, 최근 3년간 1170건 이상의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했다.


오뚜기는 식품안전과학연구소를 통해 미생물·품질 변화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물류와 유통 전반의 품질 점검을 확대 중이다.


폭염 대응도 강화…현장 직원 보호 나서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이 주차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대응해, 현장 인력 보호를 위한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이츠서비스(CES)는 도봉구와 함께 배달파트너를 위한 무상 안전점검, 쉼터 운영, 안전교육 등을 담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배송기사(퀵플렉서)들에게 생수, 쿨토시, 넥쿨러 등 혹서기 대응 물품을 지급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배송기사 등 2500여명에게 생수·식염포도당·아이스팩 등이 포함된 ‘폭염 예방키트’를 지급하고, 폭염 단계별 대응 기준과 긴급 재난문자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강한 메시지를 계기로 업계 전반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며 “근무환경 개선과 함께 무더위로 인한 계절 리스크 대응 등 전방위적인 점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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