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티이미지뱅크 |
"
태양이 지구에 보내주는 에너지를 1시간만 전기화해도 인류가 1년을 쓸 수 있다.
"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가 인사청문회 준비를 시작하면서 기자들에게 내놓은 낯 뜨거운 발언이다.
새 정부가 만들겠다는 '기후에너지부'의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학적 합리성이나 기술의 한계보다 초등학교 수준의 감성팔이에나 매달리는 허접한 부처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환경성·안전성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현재 기술'인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억지도 시대착오적인 망언이다.
'총량'이 아니라 '밀도'가 문제
태양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엄청난 것은 틀림없는 과학적 사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총량도 엄청나다.
구체적으로는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총량이 12경2000조와트에 이른다.
산술적으로는 1시간25분 동안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모두 모으면 전 세계 인류가 2019년에 소비했던 에너지 총량과 맞먹는다.
김 후보자의 발언은 그런 사실을 되풀이한 것이다.
문제는 그런 비유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나 설득될 정도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둘레가 4만㎞나 되는 지구는 우리 인간에게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거대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총량'은 엄청나지만, 단위 면적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밀도'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아진다.
실제로 1㎡의 면적에서 하루에 얻을 수 있는
태양에너지의 양은 산술적으로 고작 7㎾h(킬로와트시)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도 온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구 표면의 71%는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는 바다다.
육지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 80억 인구가 집중적으로 살고 있는 지역은 육지 면적의 14%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고작 4%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전기화 기술'이 절대 만만치 않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태양광 패널의 실질적인 에너지 효율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론적으로 박막형 패널의 효율은 10% 수준이고, 가격이 훨씬 비싼 단결정 실리콘 패널도 20% 수준이다.
태양광 설비의 관리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부실하다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태양에너지의 전기화는 여전히 먼 훗날의 희망일 뿐이다.
태양광 패널을 하루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발전은 하루 4시간 정도 가동할 수 있을 뿐이다.
구름이 끼거나 비가 내리면
태양광 패널은 무용지물로 변해 버린다.
계절에 따른 변동성도 심각하다.
결국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전기 소비량 389㎾h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100㎡가 넘는 면적의 대형
태양광 패널이 필요하게 된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다른 연료에 비해 많이 저렴해졌다"는 김 후보자의 발언도 과학과 기술의 입장에서는 위험할 정도로 섣부른 것이다.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변동성의 보완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설치 비용까지 고려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에 의한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소비하는 전력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심각한 문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감춰진 위험
새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서해안 송전 고속도로'의 비효율도 걱정해야 한다.
하루 24시간 가동하는 기저전원인 동해안의 석탄발전소나 원전의 전기를 보내주는 동해안~신가평 송전선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태양광 설비의 고약한 특성 때문에 가동 시간이 최대 하루 4시간뿐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20시간을 개점휴업 상태로 놀아야 하는 '고속도로'는 국민 부담으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기계 학습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부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이 국가 전체 전력 사용량의 10%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한다.
기존의 상업용 송전망으로는 그런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혀 새로운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AI 알고리즘의 학습이 시작되면 전력 수요가 순식간에 평소 사용량의 10배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는 것이 문제라는 뜻이다.
순간적으로 치솟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상업용 송전망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기술적 대응이 쉽지 않은 새로운 골칫거리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아일랜드와 네덜란드는 신규 데이터센터의 개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덕환 명예교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케이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