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1억씩 깎아도 세입자 못 구해요”…대출 막힌 집주인들 ‘난리’

갭투자 주택 전세대출도 막혀
전액 현금으로 보증금 내야

집주인은 잔금 못내 발동동
서초구 전셋값 0.15% 뚝

최근 급격한 서울 집값 상승으로 서울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비율)은 8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6월 23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붙은 전세 매물 안내문에 인근 아파트 모습이 비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셋값이 ‘뚝’ 떨어져도 정작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없네요.”
입주가 진행 중인 분양 단지에서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크게 내려도 세입자가 전세를 들어가지 못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분양 시기에 관계없이 지난달 28일 전까지 전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입자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 했던 집주인들이 서둘러 전셋값을 내리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대출이 나오지 않아 입주가 어렵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지난달부터 서울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 서초구 메이플자이, 안양시 평촌두산위브더프라임 등 약 2만가구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전세 계약을 체결한 집주인은 이번 대출 규제에서 제외됐지만, 아직 세입자를 구하고 있는 집주인은 규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정부가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며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즉 세입자 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낼 경우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세입자가 전액 현금으로 보증금을 조달한다면 보증금으로 잔금을 납부할 수 있다.

문제는 서울 주요 지역은 전셋값이 워낙 높아 대부분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라는 점이다.

메이플자이는 전용면적 59㎡(25평)의 융자 없는 전세 물건 시세가 약 11억원으로 형성돼 있다.

휘경자이 디센시아 전용 59㎡(25평)는 시세가 5억원 내외다.


다급해진 집주인들은 우선 전셋값을 낮추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메이플자이는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지난달 27일 이후 전셋값을 1억원 이상 낮춘 물건이 다수 나오고 있다.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 재건축 조합장은 “입주 기간을 입주일로부터 60일로 정했는데, 분양 계약자와 조합원들 사이에서 입주 기간을 더 늘려달라는 요청이 오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정부 규제로 잔금 납부가 어려워진 집주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낮춰도 대출이 나오지 않아 전세를 구할 수 있는 세입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동대문구 이문동 한 공인중개사는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고 싶어하는 전세 수요는 여전히 많다”면서도 “대출이 나오지 않아 전셋값이 낮아져도 전세 계약이 이뤄지지 못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와 입주장 여파로 전셋값 상승세는 둔화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다섯째주(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7% 올랐다.

여전히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상승폭은 전주(0.09%) 대비 0.02%포인트 낮아졌다.

메이플자이(3307가구)가 입주 중인 서초구는 이번주 전셋값이 0.15% 떨어졌다.


국민신문고에는 정부가 이번 규제에서 기분양 단지를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는 제안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입주가 임박한 상황에서 전세자금대출이 차단되며 세입자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짧은 시간에 잔금을 마련해야 해 부담이 가중되고 아이들의 교육과 같은 중요한 생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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