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교환사채 발행,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
“상법 개정·주주 보호 정책 회피하려는 위법 행위”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이 본격화되며 상장사들이 교환사채(EB) 발행 등 여러 방법으로 자사주를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7건의 EB 발행 공시(
태광산업,
SK이노베이션,
네온테크,
모나용평,
엘앤씨바이오,
KG에코솔루션,
바른손)가 이뤄졌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교환사채 발행 규모는 1조244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2배 넘게 상승했다.
교환사채 발행 규모는 2023년 9390억원에서 지난해 2조58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교환사채 발행을 예고하는 기업이 지속해서 등장해 발행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교환사채는 발행사가 가진 자사주나 다른 회사 주식을 기초로 한 회사채다.
투자자는 교환가액보다 주가가 높은 경우 주식으로 바꾼 뒤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거나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이 맞물려 교환사채 발행 규모의 증가 폭이 가팔라졌다.
기업이 교환사채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를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한 ‘회피책’으로 이용한다는 우려가 있다.
증시 부양을 목적으로 추진한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였다.
자사주 소각 시 발행 주식 수가 줄어 1주당 가치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기업은 자사주를 단순 소각하지 않고 교환사채 발행이나 우호 세력에 넘기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과 경영권 방어를 동시에 목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이다.
태광산업은 발행 주식 수에 비해 자사주 보유 비율이 24.41%로 높은 편이다.
이에 자사주 전량을 기초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태광산업은 신사업 추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원 이상이라 당장의 자금 조달이 급하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 같은 소식에
태광산업은 지난 6월 30일에만 주가가 11% 넘게 급락했다.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교환사채 발행을 “경영상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과 주주 보호 정책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교환사채는 교환권 행사 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거의 동일한 효과인 만큼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환사채 발행 중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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