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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7 오사카 저녁 전경. 호시노 리조트 |
'나니와(なにわ·浪速)'는 일본 오사카를 부르던 옛 이름이다.
오사카에는 말보다 빠른 마음이 있다.
먼저 웃어주고 굳이 묻지 않아도 옆자리에 앉아주는 기질. 오사카 사람들의 따뜻한 오지랖이랄까. 사람들은 이를 두고 '나니와 정서'라 말한다.
도시보다 사람이 먼저고 격식보다 관계가 중요하다.
상인의 도시였던 만큼 개방적인 분위기가 배어 있다.
최근 오사카에는 나니와 정서를 구현한 호텔이 등장했다.
오모7 오사카라 부르는 OMO7 오사카 by 호시노 리조트다.
럭셔리 호텔 호시노야로 잘 알려진 호시노 리조트 그룹은 2018년 도심형 호텔 브랜드 '오모(OMO)'를 론칭했다.
2022년 4월 문을 연 오모7 오사카는 객실이 총 436개다.
오모 브랜드는 숫자로 서비스 범위를 구분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부대시설과 프로그램이 많아진다.
오모7 오사카는 2025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엑스포) 파트너사로 엑스포 연계 콘텐츠를 호텔 내에서 운영한다.
호텔이 들어선 곳은 한때 일본 내에서도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던 아이린 지구 인근이다.
아이린 지구는 2020년대 이후 재개발로 바뀌기 시작했다.
호시노 리조트는 이 동네의 잠재력을 주목했다.
호텔 용지는 화장품 공장이었다.
나카야마
태양당(현 클럽 코스메틱스) 본점과 공장이 있던 자리다.
그 흔적은 객실 안에서 만날 수 있다.
스킨케어제품을 해당 브랜드로 비치했다.
기본 어메니티는 호시노 리조트 제품이다.
도심 호텔이지만 넓은 정원과 라운지는 리조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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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피카 나이트. |
JR 신이마미야역 북쪽 출구로 나오면 하얀 건물이 바로 앞에 서 있다.
외관은 하얀 막을 덧댄 듯한 형태다.
불소수지 산화티타늄광촉매 소재를 사용해 일사량을 30% 이상 줄이고 냉방 효율을 끌어올렸다.
입구에는 금색 조형물 빌리켄이 놓여 있다.
빌리켄은 1908년 미국에서 탄생한 '행운의 신' 캐릭터로 오사카 지역 상징이다.
발바닥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호텔에 도착하자 한국어가 능통한 하세가와 리나 홍보팀 직원이 맞이했다.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혔다고 한다.
호텔 부대시설 대부분은 오모 베이스라고 불리는 2층에 있다.
2층 입구에는 무료 로커룸이 있다.
체크인 전이나 체크아웃 후에 짐을 맡길 수 있다.
로비로 향하는 공간에는 검은 원이 채웠다.
오사카 솔푸드 다코야키를 형상화한 그림이다.
오후 2시 무렵 웰컴 드링크가 놓였다.
오사카 명물 믹스 주스다.
쇼와 시대, 신세카이 과일가게가 잘 익은 과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우유에 갈아 만든 게 시작이었다.
바나나·통조림 밀감·복숭아·파인애플·사과·우유가 기본이다.
남기는 것 없이 다 쓰는 오사카 상인의 알뜰한 생활 방식이 만든 음료다.
호텔 내부는 오사카 상징들을 곳곳에 반영했다.
다코야키, 문어, 호랑이, 오사카성 등을 인테리어로 세심하게 녹여냈다.
객실 번호판, 유리창 스티커 하나까지 신경 썼다.
객실은 일본 호텔치고 꽤 넓다.
창문이 가로로 길게 나 있어 풍경을 액자처럼 담는다.
객실 바닥은 다다미로 마감해 슬리퍼를 신으면 안 된다.
식음업장은 두 곳이다.
'오모 다이닝'과 '오모 카페&바'. 조식은 두 곳 모두에서 가능하다.
오모 다이닝은 조식 뷔페를 운영하고 오모 카페&바에서는 모닝 세트를 낸다.
가족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도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건물 앞에는 너른 초록 정원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미야 그린'이라 불리는 곳으로 호텔 용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언덕 위 벤치에 앉으면 전철역 플랫폼과 눈높이가 맞닿는다.
해가 지면 정원 풍경도 달라진다.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피카피카 나이트'가 열린다.
일본어로 '반짝반짝'이라는 뜻처럼 호텔 외벽이 대형 스크린으로 변해 LED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불꽃은 오사카 상징들을 형상화하며 외벽 위로 쏘아오른다.
투숙객 한정 무료다.
현장에서는 다코야키도 직접 구워준다.
다코야키 원조 가게 '아이즈야' 방식 그대로 소스 없이 구워낸다.
맥주와 무알코올 음료까지 무제한이다.
유카타를 입고 잔디밭을 걷는 사람들, 다코야키를 손에 든 웃음이 하나씩 불빛 아래 번져갔다.
호텔서 도보 5분이면 오사카 대표 번화가 신세카이와 메가 돈키호테에 닿는다.
신세카이 한복판엔 전망대 쓰텐카쿠가 서 있다.
신세카이는 구시카쓰(튀김꼬치)가 태어난 동네다.
어디 갈지 망설여진다면 로비 벽의 고킨조 지도를 보면 된다.
주요 명소를 보기 쉽게 정리해 코스 짜기가 수월하다.
오모7 오사카의 핵심은 현지 전문가 '오모 레인저'다.
외부 가이드를 쓰지 않고 호텔 직원이 직접 투어를 진행한다.
신세카이 산책 투어는 오후 4시, 2층 고킨조 지도 앞에서 시작한다.
쓰텐카쿠를 중심으로 신세카이 일대를 1시간 정도 걷는다.
더 재밌는 건 구시카쓰 투어다.
1929년 시작한 음식으로 직장인들이 빠르게 한끼 해결하던 튀김 요리다.
오모 레인저가 프랜차이즈 말고 진짜 로컬 맛집만 골라냈다.
두 명이면 꽉 차는 작은 가게를 돌며 투숙객 전용 메뉴를 즐겼다.
소스 통에 한 번 찍은 꼬치는 다시 담그지 않는다는 에티켓도 함께 들었다.
그 순간,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었다.
[오사카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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