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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조감도. 한국수력원자력 |
지난 4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5·6호기 건설을 위한 설계·조달·시공(EPC), 핵연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총 사업비는 약 26조원으로, 단일 해외 원전 수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한국형 원전이 유럽 중심부에서 처음으로 기술력을 공식 인정받은 사례로 기록됐다.
체코는 두코바니와 테믈린 원자력발전소를 통해 6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원전 선진국이다.
이런 국가가 한국의 기술을 선택했다는 점은 단순한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번 계약은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유럽시장 독점을 극복한 결과물로,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이 유럽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수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한수원은 2016년부터 전담 주재원을 체코에 파견해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2019년 체코 프라하사무소를 개소하고 체계적인 수주 활동을 본격화했다.
산업부, 체코전력공사(CEZ), 원자력 전문가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신뢰 형성, 그리고 원전 예정지 지역사회와의 유대 강화가 핵심 전략이었다.
코로나19 시기 마스크 기부와 지역 스포츠단 후원, 글로벌 봉사단 운영 등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선 '신뢰 기반 구축 활동'도 병행됐다.
지난 17일에는 9년째 글로벌봉사단 활동을 체코 원전 예정지에서 이어 나가기도 했다.
작년 7월 체코 정부는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경제성과 일정 준수 능력, 체코 산업과의 협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타 경쟁사 대비 뛰어난 사업관리 역량과 안정적인 공정운영, 체코 기업과의 협력 방안 제시가 핵심 선정 사유였다.
한수원은 50년 동안 원전 건설을 단 한 차례도 중단하지 않고 수행한 세계 유일의 사업자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국제 사회에서 기술력과 이행 능력을 입증받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수원과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연료,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주요 기업은 물론, 수십~수백 개 중소·중견 협력기업이 함께하게 될 거대한 생태계다.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 정비 등 각 단계에서 고도화된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유럽 진출 교두보가 마련된 것이다.
아울러 비원자력 산업의 동반 진출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9년 본격 착공 전까지 한수원은 발주사의 인허가 절차에 따라 설계를 완성하고, 발주사의 인허가 신청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생소한 유럽 인허가 체계에 대비해 현지 기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두코바니 건설 현장 인근에 '건설소'도 개소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 체결은 체코 내 재외동포 사회에도 큰 자긍심과 기대감을 안겼다.
한국 원전 기술에 대한 신뢰가 체코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국가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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