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기종 3-4-3 배열 추진
1대당 최대 37석 좌석 늘지만
승객공간 좁아져 불만 커질듯
좌석간격 축소 금지 조치에도
예외 규정에 위반여부 불확실
일등석 유료판매 놓고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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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관계자들이 봄맞이 항공기 동체 세척을 하고 있다. 2025.4.24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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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좌석 공간이 넓은 ‘엑스트라 레그룸’과 전방 선호 좌석에 대한 추가 요금 부과를 추진하다가 철회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자마자 가격부터 ‘꼼수’ 인상했다는 비판이 일자 공지 당일 없던 일로 한 것이다.
# 2023년에는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을 내놨다가 백지화한 사례도 있었다.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꾸고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마일리지를 더 많이 소진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정부와 정치권 압박이 커지자 이때도
대한항공은 개편안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종지부를 찍으면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여러 가지 조건을 부과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애매모호한 규제 틈새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지속하는 모양새다.
앞선 시도들은 결국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장거리 주력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에 ‘닭장 배열’을 도입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의 B777-300ER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주력 기종으로, 좌석 공급량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좌석 개조로 이코노미석을 3-4-3 배열로 바꿀 경우 항공기 1대당 최대 37석까지 공급석을 늘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번 조치로 공급석 수는 늘어나나, 좌석 간격이 1인치(2.6㎝) 줄어들어 승객 1인당 공간이 좁아지는 ‘밀집형’ 좌석이 된다.
공급석 유지라는 명분은 충족하지만 실질적 서비스 질 저하와 소비자 불만이 불가피하다.
이에 기내 좌석 간격을 비롯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주요한 내용을 2019년 기준 제공 상품 및 서비스보다 불리하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시정조치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양대 항공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최종 마무리하면서 시정조치를 마련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번 좌석 배치 변경안이 시정조치 위반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운항 기종 변경에 따른 좌석 간격 변경은 제외한다는 예외를 뒀기 때문이다.
상품이나 서비스 변경이 운임 인하에 상응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제외한다고 했다.
대한항공이 국토교통부나 공정위에 좌석 배치 변화에 대해 보고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정부의 판단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기내 좌석 간격을 2019년보다 좁게 하면 안 되지만 불가피한 상황들에 대비해 시정조치를 융통성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B777-300ER에 이코노미 좌석 배치 변경 외에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신설할 예정인데, 이 또한 소비자 편익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기존 프레스티지(비즈니스) 클래스 이용객 중 우수회원 등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던 일등석 좌석(코스모존)을 20만~120만원의 추가 요금을 받고 유료로 판매하기로 한 정책이다.
대한항공 측은 “고객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며 “실제로 일등석 좌석을 원하는 고객의 유료 이용 수요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간 사실상 무상 업그레이드 혜택을 누리던 ‘충성고객’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시정조치는 주로 공급석 수량이나 운임에 초점을 두고 있어 실질적인 소비자 쾌적성까지 규제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유일한 대형항공사(FSC)로서 저비용항공사(LCC)와 비교했을 때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대한항공이 대형항공사 품격에 맞는 경영을 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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