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짜리 라면 뭐 있길래… 李대통령 한마디에 라면업계 ‘긴장’

“진짜 2000원 해요?”… 대통령 발언에 라면업계 가격 압박 우려
업계 “프리미엄 소수일 뿐… 억울”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최근에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그러더라고요, 라면 한 개 2000원 한다는데 진짜예요”라는 발언을 하며 물가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라면 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3년 전에도 정부 개입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조정한 전례가 있어 업계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앞서 농심은 2022년 9월, 오뚜기는 같은 해 10월 라면 등 가격을 올렸으나 1년도 지나지 않은 이듬해 7월 이를 철회했다.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에서 직접 라면 가격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등 라면 제조 업체뿐 아니라 롯데웰푸드와 해태제과, SPC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도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직접 라면값을 언급하자 업계는 어떤 후속조치가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2000원 라면’은 많지 않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현재 개당 2000원이 넘는 라면은 주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프리미엄 제품들이다.

예를 들면 △농심 둥지냉면 2250원 △오뚜기 열튀김우동 대컵, 열치즈라면 대컵, 열광라볶이, 짜슐랭 대컵, 마슐랭 마라탕 2000원 △삼양식품 탱글 대컵 2500원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2200원 등이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인기 라면은 1000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매 가격이 높은 편의점 기준으로 신라면과 진라면은 1000원, 너구리는 1150원에 팔린다.

안성탕면과 삼양라면은 각각 950원과 910원, 불닭볶음면도 1250원에 팔리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이 대통령이 서민 음식인 라면을 예로 들었을 뿐 전반적인 물가 상황을 지적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렸지만 가공식품은 두 달 연속 4%대, 외식 물가는 넉 달 연속 3%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라면 가격은 올 들어 4.59% 오르며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31%)을 5.9%포인트 상회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국정 공백기를 틈타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12월 이후 6개월 동안 가격을 인상한 식품업체는 60곳에 달한다.


반면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후위기와 환율 상승 등으로 원재료와 물류비, 인건비까지 동반 상승해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결정과당 가격은 2023년 1817원에서 올해 4월말 1970원까지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300원대에서 1420원대까지 상승했다.

인건비 기준이 되는 최저임금도 2023년 9620원에서 올해 1만원을 넘어섰다.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체로선 이 같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내수 시장 중심 구조에서는 부담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게 업계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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