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부에 바란다 ◆
한국 경영·사회·정치·정책 4대 학회장이 새 정부 최우선 정책과제를 제안하기 위해 지난 24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서는 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유지,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 확보, 인구 문제 대응, 교육 개혁 등이 중요한 과제로 거론됐다.
정치 분야에서는 개헌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과 실
효성 있는 한중 및 남북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한국경영학회장),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사회학회장),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한국정치학회장),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정책학회장)가 참여했다.
다음은 좌담 내용.
▷양희동 경영학회장=지금 유럽이 위태로운 게 제조업이 망가져서 그렇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관세전쟁을 하는 게 제조업을 다시 부흥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우리도 제조업 고도화를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잘했고, 지금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잘하고 있지만 이게 과연 얼마나 갈 수 있겠나.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김범수 정치학회장=중국에 갔더니 내연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AI 교육 컨설팅 회사는 급성장하고 있더라. 이게 뭐냐면 세상이 바뀌면서 끊임없이 성장산업이 생겨나고 또 밀려나는 사양산업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가 산업정책을 통해 성장산업은 발굴해 지원하고, 사양산업은 보완하든지 물러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성장산업을 잘 발굴하고 사양산업을 빨리 골라내는 게 정부 역할이다.
▷임운택 사회학회장=사양산업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대구에 자동차 부품 회사가 많은데 내연차 비중이 줄어들면서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한 기업은 똑같은 기술을 활용해 의료기구를 만들어서 잘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 이런 업역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
가업 상속으로 인정해서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7년 동안 업역을 못 바꾸게 한다.
그런 규제는 풀어야 한다.
▷임 학회장=국내외적으로 당면한 주요 과제가 기후변화, 트럼프 관세정책, 인구 문제 등인데 이들은 개별 부처에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부처가 복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컨트롤타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기획재정부를 예산권을 가진 기획 담당 부서로 개편해 그런 역할을 맡길 필요가 있다.
▷박형준 정책학회장=신기술이 기업으로 가서 성장으로 이어지는 건데, 산업정책을 놓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엄청 싸운다.
거기다 중소벤처기업부까지 가세해서 중복 지원 문제도 생기고 일목요연한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은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부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 학회장=AI가 중요하다는 건 다 알고 있다.
AI 분야는 우리가 최근 7등에서 6등으로 올라왔다고 하는데 솔직히 1·2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AI 개발은 미국·중국을 못 따라간다고 하지만 AI 활용은 우리도 잘할 수 있다.
그러려면 사회 곳곳에서 AI가 활용되도록 정부 차원의 총체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공공 분야에서 강제적인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
국회가 다른 법은 잘 만들면서 AI 관련 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다.
AI 문화·제도·서비스가 한국 사회에 체득화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 학회장=AI 산업은 1·2등만 독식하는 구조다.
그걸 알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정부가 잘하는 기업에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하고 규제도 적극 풀어준다.
미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게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만히 보니까 AI나 반도체를 대기업이 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 세금을 받아서 대기업을 지원해준다? 이걸 못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틀에 박힌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노동이 아니라 기술이 우선시되는 사회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지정하고 독점이라고 견제하고 이래서는 다 같이 망하는 길이다.
▷양 학회장=최근에 만난 유명 기업인이 "혁신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 기업이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 가서 배워야 한다"고 하더라. 실제로 중국 현지에 가면 그 발전상이 어마어마하다.
한국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중국 기업도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억지로 외면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김 학회장=한중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느끼는 기업인이 많다.
미국에도 자율주행차가 있고 중국에서도 자율주행차를 타봤는데 중국 자율주행차가 비보호 좌회전까지 기가 막히게 잘한다.
한미동맹 때문에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다고 해서 한미동맹을 버릴 일은 없다.
한중 경제 관계를 회복해야 기업에 기회가 생긴다.
[전경운 기자 정리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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