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문에 계획 다 틀어졌네”…뒷전으로 밀려버린 일본, 미국과 협상 차질

미·중 관세 인하 전격 합의로
미·일 협상에 미칠 파장 주목
일본 ‘후순위 되나’ 우려 나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 간 2차 관세 협상에서 양국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관세 협상에서 추가 관세 인하 등에 전격 합의하면서 일본 정부가 향후 미일 협상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을 우선하면서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은 관세와 관련해 두 차례의 각료급 협의를 가졌고 이달 중순 3차 각료급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협상 타결과 관련해서 내달 합의 가능성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뒤로 늦춰지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가 속도를 내기보다 자동차 관세 ‘제로’와 같은 핵심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뒀기 때문이다.


일본이 이러한 정책을 취한 것의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미국이 일본과의 협상을 서두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협상에서 한 쪽이 다급해지면 다른 한쪽에서는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이러한 흐름을 예상했지만 미·중이 관세 인하에 합의하면서 이러한 그림은 무산이 됐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미·중 관세 인하 합의에 대해 “세부 내용을 분석중”이라며 “정밀 조사해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마찰 격화로 세계 경제에의 악영향이 우려된 상황이라 최근의 대립 완화는 일본 정부도 반기는 부분이다.

일본 기업이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도 많기 때문이다.


다만 미·중 합의 내용이 일본에 선례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높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관세율을 올리는 등 분쟁을 겪고 있지만, 일본은 협상을 통해 미국이 부과한 관세를 낮추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미국 관세 정책의 최대 표적인 중국과의 협의가 진전될 경우 미국이 일본과의 교섭을 후순위로 돌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은 미국이 무역 합의를 한 영국은 물론 중국에 대해서도 자동차 관세를 철폐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대미 수출에서 30%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 관세 폐지를 미일 관세 협상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번 (미중) 합의가 일본 협상에 플러스가 될지는 알 수 없다”며 미일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하는 과정에 미국의 조바심이 작용했다고 판단하는 일본 정부는 국가별 차등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초를 1차 목표로 삼아 신중하게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동차 기업 간부는 “미중 합의는 미국 측이 중국에 다가선 결과로, 일본 정부는 서둘러 교섭 카드를 낼 필요가 없다”며 “미국 측 자세를 지켜보고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협상하면 좋겠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