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전문가 인용 보도
열병식 참석한 習 모습에
中 ‘러시아 지지’ 상기돼
“中·EU 화해 힘들 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군사 행진을 지켜봤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러시아 국빈방문이 미국발 관세 전쟁 격화 속에 급물살을 타고 있는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유럽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CER)의 샌더 토르두아는 이번 시 주석의 방러에 대해 “시 주석이 EU를 무시한 채 열병식에 참석했다는 점은 EU가 무역 면에서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서는 것은 물론이고 중·EU 간 화해도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또 EU 집행위원회의 파울라 핀호 수석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의 열병식 참석은 중·EU 관계에서 건설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다”며 “(중국이) 다른 태도를 보이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진정으로 협력하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평화 달성은 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8일 블라디미르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미국의 일방주의 및 보호주의를 함께 견제하자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밀착을 과시했다.

다음날인 9일에는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군사 행진을 지켜봤다.

시 주석은 나흘간의 방러 일정을 마치고 지난 10일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모습이 중국에 대한 EU의 의구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중국과 EU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촉발된 관세 전쟁을 계기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지난달 리창 국무원 총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통화에서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며 다자 간 무역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또 양측은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관세 폐기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오는 7월에는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7일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붉은광장에 있는 것은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상기시킬 수 있다”며 “EU와 관계를 회복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짚었다.

SCMP도 “푸틴 대통령과 며칠을 보내고 열병식까지 참석한 시 주석의 방러는 어색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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