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3월까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 감소했습니다.
마이너스 성장은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입니다.
직전 분기까지 2.5%의 고속 성장을 보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큰 낙차에서 느껴지는 아찔함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선 더욱 크게 체감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다음 분기도 역성장을 기록하게 될 경우 미국 경제는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 판정이 가능해집니다.
2분기 시작 시점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초현실적인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최근 곳곳에서 공급망 차질 신호가 감지되는 상황인 데다, 이미 경제 주체들의 심리 상태는 깊이 침잠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비관적 시나리오도 가시선상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도 경기 침체 경로가 제법 뚜렷이 보이는 까닭에 미국 정부의 정책 전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1분기 GDP의 쇼크에도 불구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8거래일 연속 상승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배드 이즈 굿(Bad is good·악재가 오히려 시장에 호재가 되는 것)'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경기 침체 신호가 두드러질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증시의 상승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배드 이즈 굿'의 시효는 길지 않습니다.
따라서 하방 위험을 크게 상정할 필요는 없지만 기대 수익에 대한 눈높이는 조절해야 합니다.
종목 선정에 있어서도 관세 이슈에 덜 민감하고, 이번 실적 결과가 양호한 동시에 아직 밸류 매력이 남아 있는 종목으로 압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범주에 속할 수 있는 그룹은 여전히 빅테크입니다.
알파벳에 이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참이고, 이들의 P/E 멀티플 또한 큰 부담이 없습니다.
또 이들의 높은 펀더멘털 질은 외풍에 버틸 수 있는 근간이 됩니다.
[서정훈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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