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신각신’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힘겨루기에...존재감 키우는 이 회사

SEMI(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가 주관하는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타이완 2024에 참가한 한화세미텍 전시부스 모습. 당시 한화세미텍은 HBM용 TC 본더(SFM5-Expert)를 최초 공개했다.

[사진출처 = 한화세미텍]

최근 반도체 시장의 눈이 한화세미텍으로 쏠리고 있다.

잇달아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시 핵심장비로 통하는 TC본더(열압착장비) 공급 물량을 따내면서다.

한화세미텍 지주사인 한화비전 역시 목표주가가 상향조정되는 등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TC본더 공급을 둘러싸고 기존 선두업체인 한미반도체SK하이닉스 간 갈등마저 불거지자 일종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증권사 맥쿼리는 한화비전의 목표주가를 8만6000원으로 올려잡았다.

기존 목표주가였던 5만8000원 대비 48% 상향조정됐다.


지난해말 3만원대에 머물렀던 한화비전 주가는 올해 들어서 80%가 뛰며 5만원대에 안착했다.


최근 한화비전 자회사인 한화세미텍의 핵심 공급사인 SK하이닉스에 TC본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자 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한화세미텍은 지난달 14일 SK하이닉스와 210억원 규모의 TC본더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같은 달 26일 210억원 규모의 TC본더 납품 계약 소식을 또 전했다.

두 건 모두 계약기간은 오는 7월까지다.


TC본더 시장에서 후발주자나 다름없는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를 핵심 공급사로 확보하자 주목을 크게 받았다.


특히 한화세미텍과 공급 계약을 계기로 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간 갈등이 불거지자 시장의 관심이 더 쏠리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한화세미텍과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 사실상 한미반도체의 TC본더만을 거의 사용해 왔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최근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미반도체SK하이닉스 사이에서는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여기에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납품하기로 한 TC본더 가격이 한미반도체보다 28% 가량 높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한미반도체SK하이닉스 HBM생산 현장에서 자사 TC본더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을 철수시키자 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간 갈등이 증폭됐다.


SK하이닉스는 어디까지나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한미반도체 뿐 아니라 한화세미텍과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한미반도체가 이번 갈등을 해결하는 동안 한화세미텍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뜩이나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HBM 시장에서 생산량을 늘리려면 추가로 한화세미텍이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HBM 시장에서 강자인 SK하이닉스를 핵심 고객사로 만든 만큼 관련 시장에서 한화세미텍의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납품을 하며 기술력 역시 입증을 받은 것”이라며 “앞으로 또 다른 HBM 동맹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화세미텍의 경우 한화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든든하게 해줘 후발주자지만 최근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또 다른 기회도 노려봄 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을 맡아 고객사 확대를 이끌고 있다.


다만,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벌이고 있는 특허권침해금지 소송 등은 변수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자사 TC본더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세미텍 측은 이미 해외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제품이 출시된 만큼 특허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양사 간의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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