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만에 공매도가 재개됐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거래 방식이다.

즉,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공매도 재개 이후 ‘셀(매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재개 첫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2%대 하락했다.


공매도 재개가 부정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외국계 펀드가 매수·매도(롱·쇼트)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그동안 국내 증시를 외면한 외국인 수급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공매도가 재개됐을 때 외국인이 컴백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10월, 2011년 8월, 2020년 3월 등 세 차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는 각각 8개월, 3개월, 14개월간 이어졌다.

세 차례 모두 공매도를 재개한 후 외국인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차 공매도 거래 금지 기간에는 코스피 외국인 거래대금 비중이 17%에서 공매도 재개 후 1년간 20%로 증가했다.

2차 금지 기간 전후에는 17%에서 23%로, 3차 금지 기간 전후에는 16%에서 22%로 외국인 비중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반면 최근 주가가 상승한 종목을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최근 한 달간 대차잔고가 증가한 동시에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한 종목을 가급적 피하라는 조언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실적 추정치 변화와 대차잔고 증감, 외국인 지분율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대차잔고가 증가한 종목은 공매도 거래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장 외면한 외국인 컴백?
반대로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됐으나 주가 상승률은 그에 못 미치는 종목은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또한 현금 비중이 높고 자기자본이익률(ROE)가 높을수록 공매도 재개 후 주가에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이 같은 조건을 비교한 결과, 반도체·자동차·금융·호텔·레저 업종이 공매도 재개 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종목으로는 삼성전자·현대차·기아·함성SDI·LG화학·현대해상·DB손해보험·키움증권·한화생명·카카오 등이다.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의 접근이 괜찮다.

공매도 재개 후 시장이 안정된 이후에는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라 주가가 반응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펀더멘털이 받쳐주는 대형주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 주가는 최근 2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9.9배를 밑도는 수준”이라며 “대부분 종목이 과거 주가와 글로벌 유사 업종 대비 낮게 평가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Word 명순영 기자 Illust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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