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별 기술 복잡도 높아져
통합 체계만으론 한계 판단
맞춤형·범용 제품팀 이원화
AI메모리 주도권 굳히기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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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조직을 고객 맞춤형(C-HBM)과 표준형(S-HBM)으로 이원화했다.
제품군별 기술 요구에 따른 차별화 전략으로 엔비디아 같은 핵심 고객을 위한 고성능 제품은 물론, 급성장이 예상되는 범용 HBM 시장까지 겨냥해 기술 리더십과 점유율 확대를 동시에 노리는 복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고객 요구에 따른 고사양 제품을 담당하는 맞춤형(C-HBM, Custom HBM) HBM 패키지 제품팀과 범용·대량 공급 제품을 다루는 표준형(S-HBM, Standard HBM) 패키지 제품팀을 분리하는 구조로 HBM 제품 개발 조직을 개편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HBM은 단일 개발팀이 기획부터 검증까지 일괄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품별 기술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통합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하에
SK하이닉스는 개발 조직을 분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조직은 패키지개발담당(이강욱 부사장) 산하 패키지제품개발본부(이규제 부사장)에 속해 있다.
고객 대응과 제품 설계를 전담하는 핵심 실행 조직이다.
패키지개발담당 아래에는 패키지제품개발본부 외에도 어드밴스트패키지개발본부, 패키지기술개발본부가 있다.
각각 차세대 기술 선행 개발, 공정·소재 등 기반 기술 개발을 맡는다.
맞춤형 HBM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요구를 반영한 초고성능 제품군이다.
대역폭·전력 효율·인터페이스 속도 등에서 고객별로 다른 스펙이 적용된다.
빠른 개발과 고객사 기술 대응이 중요한 만큼 별도 팀이 전담해 고객과 긴밀한 기술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형 HBM은 범용성을 바탕으로 수율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제품이다.
다양한 인공지능(AI)·서버 고객에게 대량 공급하기에 적합하다.
AI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늘고 빅테크 기업이 자체 AI 칩을 적극 개발하면서 표준형 HBM 수요는 앞으로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의 고도화로 HBM 제품 요구 조건이 고객별로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
SK하이닉스는 개발 체계 이원화를 통해 제품별 최적화 대응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HBM 개발 조직 분리는 단순한 운영 변화가 아니라 제품별 기술 로드맵이 본격적으로 갈라졌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맞춤형 제품으로 기술 리더십과 수익성을 높임과 동시에 범용 제품에선 물량 확대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투트랙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고부가가치 제품과 대량 공급 제품을 동시에 쥐고, 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굳히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조직 재편은 기술 경쟁력 강화와 연결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6세대 HBM인 HBM4 12단 대량 양산을 앞두고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샘플은 엔비디아에 전달됐다.
HBM4 12단은 AI 연산에 최적화된 고성능 제품으로 초당 2TB 이상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전 제품인 HBM3E보다 속도가 60% 이상 빨라졌다.
풀HD 영화(5GB 기준) 400편 이상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HBM4는 고속 처리와 대용량이 핵심인 AI 반도체 시장에서 필수로 꼽힌다.
삼성전자, 마이크론도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조직·설비·공정 전반에서 기술 대응력을 앞당기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기며 1위에 올랐다.
HBM 주도권은 전체 D램 경쟁력으로 이어졌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HBM과 S-HBM 전담 체계가 자리 잡으면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와 기술 대응력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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