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모의 빵집 일상] 이웃 빵집이 리모델링을 했어요

"매장이 참 예뻐요. 빵도 샌드위치도 전보다 충실해진 것 같아요." 옆집 경쟁사 매장이 리모델링을 했다고 직원들이 감탄을 하면서 이야기한다.

매장 내부를 완전히 밀어내고 전체를 새로 꾸몄다.

케이크 쇼케이스, 빵 진열대, 테이블, 의자 등 모든 집기류가 새것이다.

옆집 오픈 행사가 진행되는 며칠 동안 우리 매장 매출은 엉망이 됐다.

마음이 철렁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영업 전략을 수립할 때는 자기 매장의 입지에 따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약속 장소로 많이 찾는 중심상업지에 위치하는 매장은 상주 인구보다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예쁜 인테리어와 트렌디한 메뉴들을 잘 갖춰놓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주택가에 위치하는 매장은 근거리 거주 인구 대부분을 고객으로 만족시켜야 하고, 자기가 먹고 싶은 것보다는 식구들 전체가 먹을 것을 지속적·반복적으로 구매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과도한 인테리어 투자보다는 부담 없이 편하게 쉬고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유행을 타지 않는 일반적인 제품들을 가성비 좋게 빠뜨리지 않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매장은 도심 한복판 오피스 밀집지역에 위치한다.

외부 방문객도 많지만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는 상주 인구가 많고, 자기가 먹을 것을 직접 구매하는 기호가 분명한 젊은 고객들이 대다수다.

경쟁 매장도 많지만 고객도 충분히 많기 때문에 상주 인구 전체를 만족시키려 하기보다는, 우리 매장을 특히 좋아하는 고객들만 충분히 확보해도 매장 유지가 가능하다.

차별화로 유니크한 매장이 되는 것도 때로는 좋은 영업 전략이 될 수 있다.

우리 매장이 좀 낡았지만 반복해서 방문하는 상주 인구들은 결국은 내용적인 구성을 더 보게 될 것이다.

눈길을 끄는 인테리어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유동인구는 잡을 수 있어도 상주 인구는 다르다.

처음에는 눈길을 끌어도 시간이 지나면 새롭지 않을 것이고, 결국 손님들은 원하는 제품을 골고루 잘 갖춘 매장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다.

원래 우리 매장의 강점이었던 다양하고 차별화된 제품 구성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기존의 고객들은 결국은 돌아올 것이다.

물론 우리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신경 썼다.

새로운 샌드위치 포장재를 대거 주문했다.

진열대도 동일하고 내용물도 동일하지만, 커팅하는 방법을 바꾸고 포장재를 바꾸니까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 났다.

과거에 반응이 좋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않던 메뉴들도 되살리고,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메뉴도 대거 추가했다.

빵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제빵기사에게 빼야 할 빵들과 추가할 빵들의 리스트를 전달하고, 추가할 수 있는 후보군 리스트도 준비했다.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변화를 주기 위해서 메뉴들을 계속 재구성할 계획이다.

시간을 내서 우리와 입지가 비슷한 오피스 상권들을 돌아봤다.

다른 브랜드 점포에 들러 커피도 마시고 샌드위치와 빵을 샀다.

우리 브랜드 타 점포들도 들렀다.

우리 매장의 객관적인 수준을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매장을 꼼꼼히 체크했다.

그동안 생각보다 우리가 잘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전 직원이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그 덕분에 매출이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조만간 이전 매출을 회복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손님들은 참 좋겠어요. 이렇게 맛난 것들이 많아졌잖아요." 직원들이 여유를 찾았는지, 손님들은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

역시 경쟁은 참 좋은 것이다.

그 덕분에 고객분들께 더 좋은 서비스를, 더 맛난 것들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다 우리 직원들이 우수한 덕분이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강준모 베이커리 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