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커져
HBM 필수 AI서버 수요 줄어
올 출하증가율 24.5%서 18%로
스마트폰 수요도 5%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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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로고 [로이터 = 연합뉴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서 가격 인상이 시작됐다.
9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최근 고객사에 메모리 모듈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 대한 요금 인상 계획을 통보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고객사에 D램과 낸드플래시의 납품 가격 인상 소식을 알렸는데, 이와 별개로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고객들에게 전가한 셈이다.
마이크론은 중국과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주로 아시아에 공장을 두고 이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들여온다.
지역에 따라 최소 24% 이상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인데, 예상보다 큰 부담에 가격 인상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단 제외됐지만, 메모리 모듈과 SSD 등의 저장 장치는 다른 제품처럼 관세가 적용된다.
마이크론의 이번 관세 부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 IT 제품군의 올해 출하량 전망이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최악의 경우 AI 서버 성장률은 10%포인트 이상 떨어지고, 스마트폰은 역성장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미국 상호관세 부과에 따라 AI 서버, 일반 서버, 스마트폰, 노트북컴퓨터 등의 올해 출하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특히 AI 서버는 기존 28%대 성장률에서 최대 10%포인트 이상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AI 가속기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HBM이 필수로 탑재되기 때문에 수요가 위축되면 한국 업체들의 공급 물량도 둔화할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관세가 높아지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고 소비자의 구매력이 침식될 수 있다”며 “AI 서버에 대한 투자를 더 지연시켜 연간 출하량 성장률을 18%로 낮추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은 전년 수준에 그치거나 전년 대비 5%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노트북컴퓨터는 성장 정체를 예상했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은 단기적 수요 급감 때문이라기보다는 글로벌 IT 공급망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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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깃발. [김호영 기자] |
많은 기업이 관세 시행 이전 미국향 출하를 미리 앞당긴 영향으로 올 1분기 실적은 양호하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선방한 것도 이러한 ‘선출하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일회성 효과는 2분기 이후부터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HBM을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특수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세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서는 등 업황을 둘러싼 기대감도 흘러나오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아직 반도체는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철강이나 자동차처럼 25% 수준의 고율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폭탄 관세가 현실화하면 ‘반도체의 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에 업계의 시선은 온통 미국으로 쏠려 있다.
미국은 이날 86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상호관세를 전면 발효한 뒤 각 국과 개별 협상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동맹인 한국·일본을 협상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했고, 보복관세를 예고한 중국에는 상호관세를 34%에서 84%로 인상해 누적 104%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전체 시장으로 보면 변수투성이”라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예측보다 대응 중심의 시장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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