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2일 185개국에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은 해방됐다.
황금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돈에 가장 밝은 미국과 세계 증시는 대폭락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3번의 관세폭풍을 일으켰으며 그때마다 전쟁으로 연결되곤 했다.
관세에는 분노와 전쟁 냄새가 진동한다.
첫 번째가 에이브러햄 링컨 시대의 '모릴 관세법'이다.
북부 공업지대를 보호하려 영국 등의 상품에 49% 관세를 부과하자 공산품이 비싸져 불만을 품은 남부가 섬터 요새 대포에서 불을 뿜어내면서 남북전쟁은 시작됐다.
두 번째는 '매킨리 관세법'으로 세율을 48.4% 올려 국가 세금 수입의 80%를 관세에서 챙겼다.
윌리엄 매킨리는 나중에 대통령에 취임해 세금을 더 올리고 스페인전쟁을 벌여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 등을 점령했다.
세 번째는 그 유명한 '스무트 홀리 관세법'으로, 대공황이 터지기 무섭게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시행해 세율을 60% 가까이로 올렸다.
결국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의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관세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금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왜 100년 만에 무역전쟁을 들고 나왔을까. 재정적자 누계는 36조달러가 넘고 작년 무역적자는 1조2000억달러, 재정적자는 1조8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 관세라는 것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마칠 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는 경제력과 대기업들의 활약으로 자유무역이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출범시켜 상품 수출의 관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1995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연결시키면서 농산물 서비스까지 관세 인하를 유도했다.
미국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1971년) 처음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WTO 출범 시 적자는 964억달러에 불과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2001년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고 전 세계에 자유무역체제가 완성됐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1기 때 관세폭풍의 틀을 만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저서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에서 "중국을 WTO에 가입시킨 것은 미국이 저지른 최악의 실수"라고 규명했다.
WTO는 상소제도와 개도국 대우 조항을 두고 있다.
미국은 허구한 날 피소를 당하고 중국 등은 보조금 지급, 환율 조작, 기술 훔치기로 미국의 공장 문을 닫게 만들며 결국 600만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경제 핵전쟁'이란 용어를 등장시키며 WTO 나아가 GATT 이전, 즉 국제무역기구가 없는 시대로 회귀시켰다.
트럼프는 이를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했다.
관세폭탄을 맞은 경쟁국들은 아
우성이다.
미국이 정조준해 34%의 관세율을 매긴 중국은 즉각 같은 세율로 보복을 단행했다.
이에 트럼프는 관세율을 84%로 높이는 재보복에 나섰다.
미국은 한국·일본과 같은 동맹에도, 자유무역협정(FTA) 회원국과 유럽연합(EU)에도 "아는 국가들이 미국을 더 착취했다"며 가차 없는 관세폭탄을 투하했다.
트럼프의 속셈은 첨단기술 봉쇄에 이어 관세를 무기로 중국의 굴기를 막겠다는 속셈이다.
높은 관세는 미국의 생필품 가격을 올릴 것이다.
무역 감소는 GDP 감소를 부른다.
한국은 수출로 경제성장의 50%를 챙기고 있으므로 각오를 해야 한다.
트럼프의 폭주는 누가 멈출 수 있나. 주가 폭락으로 401K 연금 잔액이 급락하자 "트럼프는 정책에서 손을 떼라"는 시위 인파가 60만명을 넘어섰다.
민주당은 트럼프 탄핵안을 추진할 기세다.
트럼프는 "이것은 경제전쟁이다.
버텨라"라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다.
결국 내년 선거가 말해줄 것이다.
공교롭게도 링컨과 매킨리는 관세전쟁을 시작하고 재선에 성공한 뒤 얼마 안 돼 암살자의 총에 맞아 죽었고, 후버는 재선에서 대패했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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