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연체율 0.18→0.34%
카드사 고정이하여신도 2조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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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거리에 주요은행 ATM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김호영 기자] |
작년 한 해 금융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올렸지만, 건전성 측면에선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연체율이 2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치솟았고, 카드사의 부실채권 규모도 70% 급증했다.
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들 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0.34%였다.
2022년 말 0.18%에 비해선 2배 가까이 늘었고, 2023년 말(0.29%)과 비교해도 많이 늘었다.
농협은행은 2022년 0.13%였던 연체율이 지난해 말 0.56%까지 급등했다.
지방은행의 경우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작년 말 지방은행 4곳(전북·BNK부산·광주·BNK경남은행)의 연체율 평균은 0.72%에 달했다.
2022년 말 0.40%에 불과했던 연체율이 2023년(0.63%)를 지나 2년 만에 0.7%대까지 폭등한 것이다.
카드사의 부실채권 규모도 급격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합계는 2조217억원으로, 2021년 말 1조1907억원보다 약 70% 늘어났다.
카드사들의 고정이하여신은 2022년 말 1조3891억원, 2023년 말 1조9095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은행과 카드사의 자산 건전성이 흔들리는 것은 경기 악화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달러 대비 원화값 하락) 장기화로 내수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사업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이 어려워졌고, 이들이 제때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은행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위주로 대출을 해주는 경향이 강한데,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경기가 더 나쁜 만큼 연체율도 훨씬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 부실채권이 급증한 데에는 늘어나는 카드론 영향이 크다.
다른 대출에 비해 금리가 훨씬 높지만, 신용도가 낮아도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작년부터 카드론 잔액은 계속 늘고 있다.
문제는 경기 악화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더 어려워지면서 제때 돈을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카드사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65%로 전년 말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카드사들은 이같이 불어난 부실채권을 관리하기 위해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역시 연체채권 관리 강화와 적극적인 상매각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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