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후
일본 금융시장에 대혼란
이시바, 트럼프 회담 위해
최대한 빨리 미국 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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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국가재난’에 비유했다.
최대한 빨리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다.
7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 출석한 이시바 총리는 미국 상호관세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국난이라고 할 수 있는 사태”라며 “가능한 한 빨리 방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 상당 부분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은 미국에 1조 달러(약 1460조원)의 투자를 약속했고,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한 치켜세우는 ‘아부 외교’를 통해 관세 문제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직후부터 미국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일본에 대해서도 ‘예외 없는’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을 미국에 급파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잇달아 만났지만 긍정적인 해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지난 2일 미국 행정부가 일본에 24%의 상호관세 부여를 발표하자 일본 내부는 들끓기 시작했다.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무토 경제산업상은 “지극히 유감”이라며 “미국에 제외를 요청하는 등 끈질기게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TBS 계열 재팬뉴스네트워크(JNN)가 자국민 26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5일~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가 “일본 정부는 트럼프 관세에 맞서 대항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상호관세는 일본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철강, 소재 등에 폭넓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미국 상호 관세가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0.4%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다이와소켄도 미국 관세 인상으로 일본 실질 GDP가 최대 1.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나 관세 발표 이후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일본 주식시장이다.
닛케이225지수는 3일을 포함해 3영업일 연속 폭락 중이다.
이시바 총리도 바쁘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지난 3일 대책 마련을 위한 초당파적 협조를 얻기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여야 당 대표 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교섭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이번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협의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전날 요미우리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할 수 없다”며 전화 협의 추진 이유를 밝히고 일본 정부가 교섭에서 제시할 구체적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시바 총리가 전화 협의나 방미 회담을 할 때 내밀 수 있는 뾰족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의 플라자 합의’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약세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인위적인 엔화 강세를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85년 이뤄진 플라자 합의 때에도 미국이 인위적으로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엔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한 바 있다.
달러당 240엔 수준이던 엔화값은 플라자합의 이후 불과 1년 만에 150엔대로 조정됐다.
현재 달러당 엔화값은 145엔 수준인데, 이를 110~120엔대까지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일본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다.
현재 중국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산 밀·대두·옥수수·쇠고기 등 농축산물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를 만회할 시장을 물색하고 있는데 농축산물 수입이 까다로운 일본이 타겟 중 하나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여러 차례 “일본이 미국산 쌀에 7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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