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대구에서 헬기가 추락한 현장. 뉴스1

대구광역시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 1대가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숨졌다.

지난달 26일 경상북도 의성 산불 진화 현장에서 헬기가 추락한 지 불과 11일 만에 일어난 비극이다.

이번에 추락한 헬기도 노후한 기종으로 확인됐다.

산불 진화용 헬기에 대한 국비 지원 등을 통해 유지·보수 작업을 강화하고 노후한 기체의 교체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2분께 대구 북구 서변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과정에서 현장에 투입한 헬기 5대 중 1대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추락 헬기는 대구 동구청이 임차한 헬기로 추락 당시 헬기에는 조종사 1명이 타고 있었다.


이날 추락한 산불 진화 헬기의 기장 정 모씨(74)는 경찰항공대 출신으로 40여 년간 조종간을 잡아온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2010년 6월 퇴직하기 전까지 그는 총 5000여 시간 비행했으며 크고 작은 재난 구조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한 경험이 많았다.


정 기장은 퇴직 후에도 재난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2017년부터는 경북 영덕군에 있는 모 항공사로 소속을 옮겨 대구 동구의 임차 헬기 조종에 투입됐다.

동구는 올해 1~6월 산불 우려 집중 기간에 진화 헬기를 빌려 쓰고 있다.


그의 동료들은 정 기장을 강한 책임감을 가진 조종사로 기억했다.

그의 후배도 그에 대해 시간을 내 조언을 해주거나 밥을 사주는 다정다감한 선배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목격자들은 정 기장이 운행하던 헬기에 대해 꼬리 부분이 비닐하우스 천에 걸려서 떨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추락한 헬기는 지방자치단체가 임차한 헬기다.

대구 동구 관계자는 "추락한 헬기는 미국산 벨 206L 기종으로 기령이 44년 된 노후 헬기"라고 밝혔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현재 전국 지자체가 임차한 헬기는 모두 77대로 1대를 빌리는 데 매년 수억 원에서 20억원 가까이 들고 있다.


하지만 국비 지원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헬기 동원 능력이 천차만별이고, 유지 ·보수에도 차이가 나고 있다.

이 때문에 산불 초기 대응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진화를 위해 헬기가 뜬다고 하더라도 곳곳이 안전 사각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6일에 추락한 헬기도 노후한 헬기였다.


한편 산림당국은 헬기 5대와 장비 24대, 인력 69명을 동원해 긴급 진화에 나서 오후 4시 18분께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국토교통부, 경찰 등은 7일 대구 북구 서변동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실시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산림청은 이날 화재가 담뱃불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산림당국과 대구 북구청은 재발화를 막기 위해 인력을 대거 투입해 뒷불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대구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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