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바닷 속 자원 전쟁…해저광물·리튬·신약 개발 경쟁



▣ 편집자 주 = 심해 로봇이 광물을 캐고,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며, 해양 미생물로 신약을 만듭니다. 첨단 기술과 만난 바다가 새로운 자원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해양 자원 개발과 관련한 혁신 기술들을 매일경제TV가 살펴봤습니다.

◇ 심해저 광물…해양 로봇이 개척하는 새로운 금맥

그 동안 해양 자원의 상업적 개발을 가로막았던 가장 큰 장애물은 심해 탐사의 기술적 어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자율 무인 잠수정(AUV,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과 원격조정잠수정(ROV, Remotely Operated Vehicle)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심해 탐사에 진척이 이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해저 탐사 및 로봇 기업 오션 인피니티(Ocean Infinity)는 심해 광물 탐사를 위한 첨단 자율 무인 잠수정(AUV)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션 인피니티는 지난해 4월 에너지 기업인 쉘(Shell)과 해저 데이터 수집 서비스를 위한 글로벌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해 로봇 기술과 무인 선박을 활용한 해저 탐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자율 로봇 기술을 활용해 해저 지형을 정밀 분석하고 탐사 데이터 수집 프로세스를 혁신함으로써 심해 자원 탐사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을 받습니다.

캐나다의 해저 채굴업체인 메탈스컴퍼니(TMC, The Metals Company)는 태평양에서 심해 로봇을 활용해 배터리 원료로 활용되는 망간단괴를 채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메탈스컴퍼니는 하와이에서 남동쪽으로 약 2천km 떨어진 수심 5천m의 클라리온-클리퍼톤 단열대(CCFZ)에서 로봇을 이용한 채굴을 추진중이며 단기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수심 2천500m까지 정복"…K수중로봇 기술력 입증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해양 개발에 로봇을 투입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해양개발용 수중건설로봇 개발사업'을 추진해 수중건설로봇 3종인 URI-L, URI-T, URI-R을 개발했습니다.

이 로봇들은 수심 500m에서 2천500m까지 다양한 수중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해저 구조물 설치, 유지보수, 해양 플랜트 구축 등에서 활용중입니다.

특히 URI-T는 2020년 8월 베트남 가스관 해저 매설 공사에 투입돼 우리나라의 무인해양건설장비 기술을 세계에 알린 바 있습니다.

◇ 6천억 시장 연 해양바이오, 신약개발 '블루오션' 부상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해양바이오 기업의 매출 규모는 6천40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7년 세계 해양바이오시장은 1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해양 생물에서 유래한 신약 개발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리브해 연안 해면동물에서 추출된 화합물 기반 항암제로 급성 백혈병과 림프종 치료제로 사용되는 시타라빈(Cytarabine), 모르핀보다 강력하지만 중독성이 없는 진통제 지코노타이드(Ziconotide),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사용하는 항암제 에리불린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 스페인 제약사 파마마(PharmaMar)는 멍게류에서 추출한 화합물인 트라베티딘(trabectedin)을 기반으로 한 항암제 '요넬리스(Yondelis)'를 개발했습니다.

요넬리스는 2007년 유럽에서 연조직 육종 치료제로 승인받았고 이후 난소암 등 적응증을 확대하며 해양 생물 유래 신약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해양 미생물은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고 특수한 생리활성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2022년 12월 보건복지부와 해양생물자원을 활용한 의약품 소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연구를 추진중입니다.

또 해수부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해양생명자원에서 유용한 소재를 발굴해 기업 등에 제공하는 '해양바이오뱅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8년 시작된 이 사업은 추출물, 유전자원, 미생물, 미세조류 등 다양한 분야의 해양생물 소재를 확보해 산업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기준으로 해양바이오뱅크에는 총 2만3천651점의 해양생물 소재가 등록돼 있으며 항생제소재 뱅크 등 특화된 분야로의 확대도 진행 중입니다.

해수부는 해양생명자원 4천여 종에서 항암·항균 등 유용 소재를 확보하고 유전체 분석을 확대해 2027년까지 산업적 가치가 높은 해양생물 500여 종의 유전체 정보를 축적할 예정입니다.

◇ 리튬 추출 기술 혁신…바닷물이 '블루 골드'로 변신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 기기의 핵심 소재인 리튬을 바닷물에서 추출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해수 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포스코는 2012년 바닷물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를 통해 리튬 생산 기간을 기존 1년에서 1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팀은 2019년 알긴산 비드와 인산염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이용해 바닷물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알루미늄을 가교제로 사용하는 이 방법은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을 밀어내고 리튬을 효과적으로 흡착합니다.

지난해에는 이 분야에서 급격한 기술 발전이 있었는데요.

중국 난징대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증발 효율을 높여 리튬을 추출하는 STLES 시스템을 개발해 리튬 회수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 환경보호냐 자원개발이냐…'지속가능 개발' 과제로

이처럼 해양 자원의 상업적 활용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심해저 광물 채굴의 생태계 영향과 리튬 추출의 에너지 효율성 등이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해양자원 선점 경쟁이 가열되면서 정부와 기업은 국제 규제와 환경 문제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개발 전략 수립을 요구받고 있는데요.

해양자원 개발의 글로벌 동향과 국내 기업들의 기술 혁신 전략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TV가 선보이는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9호 '푸른 금맥을 찾아서: 해양자원이 열어갈 혁신과 미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김하영 기자 / kim.hayoung@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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