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나 기부는 내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점이 즐거워서 한다기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
송춘옥
아스타호텔 대표(70)는 20년째 대한적십자사 제주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에 속해 지역사회에 베풀며 살고 있다.
송 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얼마를 기부금으로 내놓았는지, 몇 시간을 봉사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공치사 따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그런 건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며 "여유가 있을 때 작게나마 나눈다는 마음으로 지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주위에 나누고 베푸는 일에서 송 대표는 자신이 타인에게 도움이 됐다는 보람을 찾기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데서 찾아오는 마음의 평화를 중시한다.
인생행로를 지나오는 동안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받은 도움과 배려를 사회에 되돌려줄 뿐이라고 생각하면 이 같은 평안이 찾아온다고 한다.
송 대표가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4성급 관광호텔
아스타호텔은 제주공항과 제주항 여객선터미널로부터 1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 제주시 원도심인 삼도1동에 2014년 개관했다.
이전까지 이 자리에서 송 대표 부부는 대중목욕탕 '대도사우나'를 운영하다가 건물을 새로 올려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
제주도에 있는 내로라하는 여타 호텔과 달리
아스타호텔은 제주 토박이인 송 대표 부부 등 순수 제주도민 자본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아스타호텔은 적십자 제주지사의 고액 기부 법인 1호로 2019년 이름을 올렸다.
지난 10년여 동안 송 대표는 호텔을 운영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
개관 초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해 수지 타산을 맞췄고, 코로나19 사태 당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동안에도 외국 대신 제주도를 찾는 국내 관광객이 늘어 투숙객이 이어졌다.
"저희가 이만큼 지낼 수 있는 건 저희만 똑똑하고 잘나서가 아닙니다.
주변의 도움이 있었던 덕입니다.
봉사하고 기부하면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어 마음이 편합니다.
"
송 대표는 자신이 사회에 베풀며 지내는 데 남편이 큰 힘이 돼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가 '이왕 하는 거 더 하자'고 말하면 남편은 '그러자' 하며 나섭니다.
학교에 장학금을 척척 내놓고 병원도 후원하는 모습을 보면 참 괜찮은 사람입니다.
"
송 대표는 남편인 고생효 대도종합건설 대표(77)와 1979년 결혼했다.
당시 24세였던 송 대표가 보기에도 31세 남편은 아직 젊지만 고되게 자란 남자였다.
4·3사건 때문에 고 대표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공부를 이어갈 형편이 못 돼 일찍이 생업에 나섰다.
고 대표는 갖은 고생에 대한 응어리 하나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은 채 "어려웠던 지난날이 열심히 살아가는 데 자산이 됐다"며 얘기하곤 한다.
송 대표는 "남편은 지금도 새벽 5시면 현장에 나가 안전에 위험이 되는 건 없는지 둘러본다"며 "노는 날도 있어야 하는데 부지런히 일만 한다.
이런 남자가 없다"고 말했다.
기부 문화가 보다 확산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위를 돌아보고자 하는 각자의 마음뿐이라고 송 대표는 믿는다.
"사회에서 얻은 이익은 당연히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저희에게 나눔은 일상이고, 누구나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런 방면으로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눈이 트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송 대표는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에 나누는 일을 가리켜 '기부'나 '봉사'라고 하기는 너무 거창하다고 선을 긋는다.
타인에게 조건 없이 베풀며 자비심을 실천하는 불교의 보시(布施)처럼 송 대표는 그저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허술하게 이은 지붕에 비가 새듯, 마음을 살피지 않으면 마음에 탐욕이 스며든다.
' 법구경 문구를 되뇌며 송 대표는 또 무심하게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한다.
매일경제신문은 고액 기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개인과 기업·단체를 발굴해 소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적십자사로 문의하면 됩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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