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대출 규제에
경기악화 겹쳐 수요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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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저축은행.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
연 금리 17%를 넘나드는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연말 시중은행 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차주가 저축은행으로 몰려든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 침체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도 중금리 대출 수요가 증가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4분기 실행한 중금리 대출은 정책금융상품인 사잇돌2를 제외하고도 2조6091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1조2173억원과 비교해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중금리 대출 실행 건수도 7만3108건에서 15만614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신용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를 위한 상품이다.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업권에서 집행한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은 연 17.25%로 나타난다.
1억원을 빌렸을 때 연간 1700만원 넘는 돈을 이자로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부담스러운 금리인데도 수요가 늘어난 건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을 조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 주요 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을 막고,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를 금지하는 등 가계대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아울러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 경제가 얼어붙은 점도 대출 규모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기간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는 소폭 하락해 이자 부담이 다소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가장 많은 금액(6542억원)이 집행된 SBI저축은행 민간 중금리 상품의 경우 신용점수 801~900점 차주를 대상으로 한 최고 금리가 연 17.5%에서 17.2%로 낮아졌다.
해당 신용 구간 차주에게 제공된 평균 금리 또한 연간 16.33%에서 13.58%로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며 저축은행의 조달 금리도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올해도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이 신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기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또한 올해 최대 규모의 중금리 대출 공급을 계획하는 상황이다.
이는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현재 저축은행이 수익을 낼 창구가 줄어든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도 평가된다.
저축은행은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요구받으며, 기업대출보다는 가계대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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