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사 선임 준비가 길어지면서 내란 혐의 수사나 탄핵심판도 절차 진행이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오늘(19일) 두 차례 기자 간담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장외 여론전에 나섰습니다.
'시간 끌기' 내지 '지연 전략'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며 "(그런 지적은) 성급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대학 동기로 40년 지기이자 변호인단 구성을 돕고 있는 검사장 출신 석동현 변호사는 오늘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체포해라, 끌어내라' 그런 용어를 쓴 적은 없다고 들었다"며 "내란을 예고하고 하는 게 어디 있나"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전 법무법인 동진 회의실에서 외신 기자 등을 만나 비슷한 취지로 내란 혐의를 부인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에도 국내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 같은 주장을 편 것입니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출석요구서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관련 서류 우편물을 수령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수처의 소환에 응할 것인지, 비상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을 안가로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포고령 1호에서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은 위헌 아닌지 등 구체적인 혐의에 관한 질문이나 재판 등 대응과 관련해 민감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런 질문에는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나중에 정돈된 입장을 말씀드릴 것"이라거나 "제가 답변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석 변호사는 "(변호인단이 구성되기까지) 일주일이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일 수 있다"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지지 여론, 불만 여론이 혼재돼 있으나 이해와 공감을 넓히려면 준비 기간 중에라도 누군가는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뜻에서 제가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기로 했으면서도 수사를 지연시킬 목적으로 선임계 제출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윤 대통령 관저로 배달된 탄핵 심판 관련 서류와 공수처 출석 요구 우편물의 수령을 며칠째 거부하는 것도 이같은 '시간끌기' 전략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됩니다.
이 일환으로 직무정지 해제를 위한 가처분 신청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탄핵소추된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권한행사정지 상태를 해제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냈습니다.
다만 탄핵소추된 두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가처분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헌재가 만약 탄핵심판에서 가처분을 받아들인다면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본안 결정이 선고될 때까지 임시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선 가처분 신청을 한다고 해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민적 반감은 물론, 야권의 거센 반발을 일으켜 다시 정쟁의 격랑에 휘말릴 공산이 큽니다.
또 현재 6인 체제인 헌재 재판관을 추가로 임명할 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7명의 심판정족수를 규정한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 가처분신청을 했고, 헌재가 이를 인용해 6명으로도 심판 자체는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가령 이 위원장이 헌법소원을 취하하게 된다면 신임 재판관 임명 없이는 탄핵 심리 자체가 불가할 것이라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조한창·정계선·마은혁)의 임명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탄핵 인용 전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만약 6명 체제에서 헌재 탄핵 심판이 이뤄지면 재판관 전원이 찬성해야만 탄핵소추안 인용이 가능한데, 1명이라도 반대하면 탄핵소추안은 기각됩니다.
결국 여러 복잡한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 측이 당분간 시간끌기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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