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리딩방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더 쉽게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리딩방을 통한 주가조작이 이뤄진 기간 중에 해당 주식에 투자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14일 리딩방을 운영했던 LBA경제연구소의 시장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와 원고들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그 증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피해자들이 피해 경위를 입증해야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리딩방 주가조작의 피해액 보상에 관한 첫 대법원 판례가 나온 만큼 향후 다른 사건들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동학·서학개미 열풍에 편승해 불법 리딩방과 같은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난립해 피해가 작지 않은 상황에서 판결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조작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더 쉽게 제기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LBA경제연구소는 '30억 클럽'이란 리딩방을 운영하며 회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케이디씨 주식 매수를 추천했다.
LBA경제연구소는 주식 추천 과정에서 케이디씨 경영진과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거짓된 정보를 제공했다.
회원들에게 "케이디씨 경영에 참여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또 케이디씨 주식의 유통 물량이 많지 않다며 주식을 매입만 하고 팔지 않는 '물량 잠그기'를 하면 주가가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그러나 피고들은 케이디씨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회원들에게 주식을 보유하라고 권유한 뒤 정작 본인들의 보유 주식은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2심 재판부는 LBA경제연구소 측의 복합 부정행위와 피해자들의 주식 매수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입증을 요구했고, 입증이 불가능하다면 손해배상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도 입증의 어려움을 감안해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리딩방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쉽지 않다"며 "신속한 적발·조치 및 피해자 구제 등이 어려워 피해 예방을 위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례를 통해 리딩방 주가조작 피해자들의 포괄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주가조작 행위가 벌어지는 기간에 주식을 매수한 사실을 입증하면 되고 개별 주가조작 행위와의 관계를 입증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결이 나온 덕분이다.
원고 측 대리를 맡은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리딩방 참여자는 적극적이고 관여도가 높은 투자자들이어서 이번 판례를 참고해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판례는 리딩방 주가조작을 넘어 광범위한 주식시장 부정행위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판시 내용을 살펴보면 주가조작 행위와 직접 인과관계가 있는 일들은 물론, 시장이 움직여 간접적 영향을 끼친 일까지 배상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고로부터 직접 거짓 정보를 받지 않았더라도 조작으로 인해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매수했다면 피해로 인정해준 셈이다.
김 변호사는 "기업 대주주나 임원이 내부정보를 악용해 거래하고 이로 인한 주가 변화로 발생한 피해에 손해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리딩방 주가조작 피해자들이 포괄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게 하는 판결을 내려준 덕에 향후 피해 구제가 원활해지는 동시에 주가조작 세력의 부정행위 유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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