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가치 높이려면…심미성·편의성 두 토끼 다 잡아야 [이인화의 건축 길라잡이]

미국 실리콘밸리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 위치한 애플 방문자센터. UNSPLASH

건물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물의 형태 디자인이다.

즉 건물의 첫인상은 디자인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답고 독창적인 건축물은 단순히 시각적 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크게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독창적 디자인이 지역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기업용 건물 측면에서 보면 우수한 디자인은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고 신뢰와 호감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

예를 들어 애플의 본사 건물인 애플파크는 우수한 디자인과 친환경 기술을 결합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처럼 건물의 디자인 가치는 건물의 임대료와 매매가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쳐 건물의 시장 경쟁력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을 가져다준다.


우수한 디자인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

또 자연 채광을 극대화하거나 동선과 공간 활용을 최적화한 건물은 편안함과 효율성을 높인다.

상업시설에서는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주거시설에서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효과를 더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게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블록스는 건축과 디자인,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건물로 유명하다.

이 건물은 다양한 공공시설과 업무 공간을 통합해 도시의 새로운 중심지가 됐으며 뛰어난 디자인으로 관광객과 입주자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건축물은 인간의 신체에 기반한 행동양식과 매우 밀접하고 정서적 감성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에 민감하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성숙할수록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요구된다.

특히 고령사회일수록 그 영향이 크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19.51%(지난 7월 기준)가 65세 이상이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반영한 건축시설이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닌 국민 대다수에게 필요한 기초시설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설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휠체어 사용자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부모 또는 일시적으로 다친 사람까지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한 건물이 사람들의 사용성을 높이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건축물 활용도를 크게 높이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자유롭게 건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와 넓은 복도, 경사로는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필수시설일 뿐만 아니라 물건을 운반하거나 많은 사람이 함께 이동하는 경우에도 유용하다.


일본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적극적으로 건축물에 반영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도서관, 병원 등에서 경사로, 점자 안내판, 무장애 화장실을 도입해 모든 이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결과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 주민의 사회적 활동 참여를 촉진했다.


편리한 시설을 갖춘 설계가 반영된 건축물은 경제적 가치를 더하며 더 많은 사람이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업적으로도 유리하다.

쇼핑몰, 병원, 공공시설 등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설을 적용하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을 예로 생각하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초고령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장애물 없는 건축물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설계는 미래의 수요 변화에 대비하는 중요한 투자가 될 수 있다.


건축물에 장애물 없는 설계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건물의 시장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미래 지향적 투자가 된다.

고령화와 다양성이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모두를 위한 공간'이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성을 가진다.

우리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건물이 늘어날 때 이는 곧 지역사회와 도시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길이 된다.


건축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잘 설계된 건축은 사람들 삶을 변화시키고 도시 풍경을 매력적으로 변화시키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

디자인은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첫걸음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면 더 좋은 디자인을 이룰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인화 도원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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