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성장주 추격매수 위험…美채권·韓주식으로 변동성 대비" [지갑을 불려드립니다]


지난 5일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에 더해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웨이브'가 실현하면서 트럼프 2기는 시작부터 큰 힘을 얻게 됐다.


시장 반응은 강렬했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덕분에 테슬라 주식이 대선 직후 급등했지만, 친환경 테마주들은 급락하며 대표적인 피해주가 됐다.

그리고 시장 예상처럼 채권 수익률은 급증했다.

한국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는데, 배터리 관련 주식은 급락한 반면 조선주는 급등하는 등 트럼프 트레이드가 발생했다.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면서 테슬라 등의 종목을 매수했다면 큰 수익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반대로 민주당 수혜주에 투자했다면 손실을 봤을 수도 있다.


비단 미국뿐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당 정책의 수혜주를 찾는다.

이를 넘어 정치인의 친척과 동창이 관계된 기업, 정치인이 지분을 가진 회사 등의 테마주에 열광하고, 이들이 급등락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거의 없는데도 단지 유력한 대선 후보와 관련됐다는 이유로 급등하고,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낙선하게 되면 급락하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신기한 건 유력 후보가 당선이 돼도 시간이 지나면 주식은 다시 원래 가격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테마 투자의 결과는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예치 금액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140조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규모를 찍었다.

거침없이 신고가를 기록하며 미국 증시가 달리고 있으니, 미국 주식시장으로 전 세계 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시장 밸류에이션을 보면 지금 신규 투자를 하거나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일단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주가수익비율을 보면 매우 높다.

즉 S&P500의 회사들이 앞으로 1년 동안 1달러를 번다고 했을 때 지난 10년간 주가 평균은 대략 18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현재는 22달러를 넘어섰다.

평균보다는 꽤 비싸졌다는 뜻이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서학개미가 주로 투자하는 기술 성장주들은 이보다도 더 비싸져 있기 때문에 혹시 수급이 변할 경우 하락 폭이 클 수 있다.


최근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현금 비중이 역대 최고로 높아졌다.

그동안 이 회사에 큰돈을 벌어주던 애플 주식도 올해 들어 무려 3분의 2를 팔아 치우며 총 9억주에서 3억주로 줄였다.

버핏지수라고 하는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지수는 이미 200%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수치로 봤을 때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위험 대비 수익이 그리 많이 남지 않다고 보는 게 맞는 듯하다.


이쯤에서 한 번 포트폴리오를 돌아보고 내가 투자를 시작할 때 생각했던 위험자산이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이나 추가 매수에 따라 얼마나 더 커졌는지 확인해보길 권한다.

그리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위험자산 비중이 커졌다면 반드시 축소하기를 제안한다.

11월 기준 우리은행에서는 적극 투자 성향을 가진 고객을 기준으로 주식 비중 49%, 채권 21%, 대체자산 8%, 현금성 22%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상담한 자산가 A씨의 포트폴리오는 작년부터 추천해왔던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에 따라 S&P500 등 미국 인덱스와 빅테크의 비중이 자연스레 커졌다.

S&P500과 빅테크 펀드는 비중이 각각 35%, 30%로 비대해졌고, 반대로 국내 주식과 채권의 비중은 작아졌다.

고객은 앞으로 미국 주식이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추가로 매수할지 고민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추천하는 건 비대해진 성장주의 비중을 다시 본인 성향에 맞게 각각 25%, 15%로 줄이고, 채권처럼 비중이 줄어든 자산을 늘리는 것이다.

이런 포트폴리오 재배분을 통해 앞으로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당선으로 계속해서 달러 가치가 오르지 않을까 관심을 갖는 고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트럼프는 약달러를 유도해서 무역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을 2기에서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투자로 인해 달러 노출이 과도하게 커졌다면 일부 달러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투자 세계에서 정답은 없지만 달이 차면 기우는 것처럼 쏠림이 나올 때는 반드시 정상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분산투자를 통해서만 장기적인 투자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이원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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