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기업 임원 ‘확’ 줄어드는데…“여성 임원은 더 늘어날듯”

임원 축소 등 조직 슬림화 뚜렷
국제이슈 빠르게 대응할 인재 선호

[사진 = 매경 DB]
내년 대기업 임원 인사의 핵심은 변화와 혁신, 그리고 인원 감축이 될 전망이다.


28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내년 대기업 임원 인사 키워드를 ‘시프트 키(SHIFT KEY)’로 요약해 발표했다.


시프트 키는 컴퓨터 키보드 자판 중 하나로 특정한 키와 결합해 다른 의미로 변환시켜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기업으로 따지면 다양한 조직원들과 협력해 변화와 혁신으로 또다른 성과를 창출해낼 수 있는 인재로 통한다.


내년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 유니코써치가 제시한 ‘SHIFT KEY’는 각각 ▲임원 축소 등 조직 슬림화(Slim) ▲고위층 임원 교체 등을 통한 변화 모색(High-level Change) ▲국제 이슈에 발빠르게 대응할만한 인재 부각(International-Issue) ▲여성 임원 증가(Female) ▲미래 먹거리 이끌 기술 인재 전면 배치(Tech)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전략형 인재 중용(Kick-turn) ▲환경·안전·지배구조 등 ESG관련 임원 강화(ESG) ▲80년대생 등 젊은 인재 다수 발탁(Young)을 의미한다.


2025년 임원 인사의 키워드로 함축되는 ‘SHIFT KEY’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Slim…승진자가 줄고 임원 자리도 줄어
내년 임원 인사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주요 그룹의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임원 승진자 폭이 다소 줄고 임원 자리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 인사 한파가 크게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은 100대 기업 임원수 변동 현황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2020년만 해도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수는 6871명이었는데, 다음해인 2021년에는 6664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다 2022년 7175명→2023년 7345명→2024년 7404명으로 7400명대까지 늘어났다.


문제는 지난해 100대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도 보다 감소했음에도 예상과 달리 올해 임원 자리를 더 늘렸다는 점이다.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임원 조직을 확대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이는 악수(惡手)로 작용했다.

올해 경영 성과는 흉작 수준을 보인 지난해 보다는 개선됐지만 지난 2020~2022년 사이 기록했던 수준과 비교하면 좋은 경영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연말 내년 초에 이어질 임원 인사에서 승진자 폭을 최소화하고 전체적인 임원 자리도 줄여 조직을 슬림화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질 공산이 커졌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내년도 100대 기업 임원은 올해보다 평균 3~4% 정도 하락한 7100~7200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단행된 LG그룹 임원 인사에서도 처음으로 임원으로 승진하는 ‘발탁 임원수’도 지난해 대비 10% 줄어든 바 있다.

이러한 기조는 삼성과 SK, 롯데 등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짙다.


◆ High-leve Change…고위 임원층의 대대적 변화가 인사 향방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 사장급 이상 고위층 임원에서 교체 혹은 계열사간 자리 이동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질 것인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여기에는 내년 3월 중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들의 인사 향방에 촉각이 모아진다.


최근 유니코써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그룹 내 활약하는 사내이사 임원은 3700명 정도인데, 이 중 1100명 이상이 내년 상반기 중에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3명꼴로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회사를 떠나는 등기임원 숫자가 많아지면 연쇄적으로 미등기임원 인사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사내이사의 연임 여부는 이번 인사에서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대두됐다.


무엇보다 올해는 삼성과 SK 그룹을 포함한 4대 그룹에서 누가 연임을 이어가고 회사를 그만둘지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유니코써치 조사에 따르면 4대 그룹 계열사 중 내년 상반기 중에 임기가 공식 끝나는 사내이사는 219명에 달했다.

이중 대표이사급만 100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그룹에서 200명이 넘는 사내이사의 인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인사 판도는 요동칠 전망이다.


그룹별로 보면 SK그룹 98명, 롯데그룹 83명이나 되는 사내이사의 거취를 결정해야 하고, 삼성도 39명의 사내이사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때문에 이사회 구성원에 속하는 주요 경영지의 임기 연임 여부가 올해 인사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 International-Issue…국제 정세에 발빠르게 대응할 인사 배치
국제 정세는 불확실성 요인이 다소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을 비롯해 중동지역 전쟁도 어떻게 전개될지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상황 변화에 따라 사업 전개에 희비가 엇갈리는 업종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보조금 지금 여부와 관세 여부에 따라 기업경영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트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만한 인사를 전면에 배치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실제 최근 현대자동차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을 CEO로 발탁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어떤 규제가 나오더라도 민첩하고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Female…여성 임원 상승세 지속
임원 승진자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여성 임원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도 국내 대기업에 여성 임원 숫자는 적을뿐 아니라 ESG경영 차원에서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유니코써치가 조사한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463명으로 지난해 보다 24명 많아졌다.

최근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2020년 286명→2021년 322명→2022명 403명→2023명 439명→2024명 463명으로 최근 5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기조는 내년 인사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도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숫자는 480~500명 정도 될 것으로 유니코써치 측은 내다봤다.


여성 임원 자리가 늘고는 있지만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유리천장은 견고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100대 기업에서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1%→2021년 4.8%→2022년 5.6%→2023년 6.3%→2024년 6.3%로 달라졌다.


여성 임원이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올해 기준 100명 6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다.

OECD 회원국의 평균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30% 정도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갈 길이 먼 셈이다.


내년 인사에서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생 중에서 여성 임원 승진자가 다수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유니코써치 조사에 의하면 여성 임원의 경우 2023년 대비 2024년 임원 인사에서 1960년대생을 비롯해 1970~1973년은 줄어든 반면 1974년 이후 출생자와 1980년대생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경우 40대 여성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 Young…1970년대 후반 출생자·MZ세대 임원 약진
최근 1970년~1980년대 젊은 오너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들의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인사가 몇 년째 진행 중이다.

이들 젊은 오너들의 인사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승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경영 색깔이 드러날 수 있는 측근 체제를 견고히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오너들이 임원 승진 속도가 빠른 것은 조직을 빠르게 진두지휘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나이가 젊다는 다소간의 핸디캡을 높은 직위를 통해 자신만의 경영 특색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유가 큰 편이다.


실제 유니코써치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에서 7400명이 넘는 임원 중 1975년 이후 출생자는 18.7%인 것으로 파악됐다.

1970~1974년생은 43.9%로 가장 많았다.


1975년 이후 출생자 중에서 임원으로 발탁되는 사례가 더 많아져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임원 인사에서 1980년 출생한 MZ세대 인원은 200명을 돌파하면서 3%를 넘어설 것이 유력시 된다.

1970년대 초반생 비중은 45%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