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강성부 펀드)가 최근 소송 공방을 벌여온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소액주주연대 측은 KCGI의 그린메일(경영권 위협을 가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행위)·사전공모 의혹에 대한 검찰 고소와 금융감독원 진정을 취하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26일 소액주주연대는 KCGI의 요청에 "댓글 고발과 무관하게 검찰 고소와 금감원 진정을 취하할 계획이 없다"면서 "자본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신뢰를 훼손한 일에 엄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KCGI는 앞서 매일경제에 "한양증권 인수를 앞두고 한진칼 경영권 참여 때부터 쌓여온 비방 댓글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고발이 진행됐다"며 "그 가운데 DB 소액주주연대 구성원이 포함됐고, 반대 소송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강대강으로 대응하기보다 서로 소송을 취하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그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던 DB하이텍 측도 KCGI 주장과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다 블록딜로 이탈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KCGI는 "DB에서 경영권 안정(지분 확대)을 위해 블록딜을 먼저 제안해왔다"는 논리로 대응해왔다.

KCGI는 처음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던 때부터 모기업인 DB아이엔씨(DB Inc.)의 DB하이텍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지분 매각을 제안했는데, DB 측이 이에 호응하며 수락했다는 주장이다.


KCGI는 DB아이엔씨와 DB메탈 합병 철회, 주주환원 확대, 이사진 구성 변경 등 요구사항이 전부 관철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DB그룹은 "당시 (KCGI의) 대규모 지분매입과 소송 등으로 경영권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당사자인 KCGI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었기 때문에 블록딜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KCGI의 주장과 달리 DB 측에서는 일련의 투자·경영권 참여를 '경영권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 같은 위험을 없애기 위해 KCGI로부터 지분을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지분이 시장가보다 12% 비싼 가격에 거래된 배경도 논쟁거리다.

KCGI는 "DB 입장에서도 시장에서 매수하는 것보다 블록딜 매수가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KCGI의 주장처럼 단순히 DB하이텍 지분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었다면 시장에서 공개매수를 했을 것이란 반론이 나온다.


소액주주연대는 "블록딜을 준비·진행하던 당시에는 공모 관계였던 양측이 이제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학연·근무연 등으로 얽힌 KCGI와 DB그룹의 관계도 앞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며 "이들의 공방과 무관하게 소액주주연대는 양쪽 모두에게 계속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해 3월 DB하이텍 지분 7.05%를 취득하며 경영권 참여를 선언했다.


이후 소액주주들과 함께 이사회 회의록·회계장부 열람 신청 등 주주 활동을 벌이다 9개월 만인 12월 28일 지분 5.65%를 모회사인 DB아이엔씨에 매각했다.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시세(당일 종가 5만8600원)보다 12.6% 높은 6만600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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