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야권 곤살레스가 대통령 당선인”
베네수 “남은 임기 중 반성이나 해”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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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으로 망명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곤살레스. AP 연합뉴스 |
미국 정부가 지난 7월 실시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 개표 논란 속에 패배한 야당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해 혼란이 예상된다.
19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선언한 지 개월 만에 엑스(X)에 글을 올려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의 의지에 대한 존중”이라며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선거 승자”라고 밝혔다.
그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7월 28일 분명한 목소리로 (곤살레스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만들었다”라며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뜻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곤살레스를 정식으로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7월 선거 직후 곤살레스 후보가 최다표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를 정식 대통령 당선인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앞서 마두로의 충성파로 채워져 있는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개표가 끝난 뒤 단 몇 시간 만에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을 확정했다.
이전 대통령 선거와 달리 선관위는 자세한 득표 결과와 집계 내용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베네수엘라 야당 연합은 전국의 전자투표기로부터 전체 투표지 중 80%가량을 회수해 득표 결과를 계산한 결과 곤살레스가 득표율 67%로 30%대 득표율의 마두로를 이겼다고 인터넷을 통해 발표했다.
동시에 곤살레스를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선포했다.
국제사회는 선거 당국에“개표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해 왔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역내 일부 국가는 아예 마두로의 ‘선거 패배’를 기정사실로 했다.
그러나 마두로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군과 경찰, 검찰과 의회를 동원해 개표 부정에 항의하는 주민을 감옥에 가두고 있다.
곤살레스는 체포령을 피해 지난 9월 베네수엘라를 떠나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또한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대법원에 당선 인증을 신청했고, 친 마두루 인사들로 채워진 대법원은 선거 결과를 인정했다.
그 후 대법원은 마두로의 당선과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베네수엘라 차기 대통령 임기는 내년 1월 10일 시작된다.
블링컨 장관이 X에 글을 올린 직후 망명 중인 곤살레스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주권과 의사를 인정해 준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 미국의 이런 태도는 변화를 염원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명예를 지키고, 우리가 함께 7월 28일 선거에서 거둔 성과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X를 통해 밝혔다.
베네수엘라 외무부는 블링컨 장관의 발표에 인신공격으로 대응했다.
외무부는 대선 결과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은 채 ”바이든 정부 마지막 며칠 동안에 블링컨은 자신의 실패에 대한 반성에 시간을 보내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적 사고를 버리고 반성 회고록이나 써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으로 베네수엘라에는 2019년 벌어진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가 다시 한번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6년 전인 2018년 마두로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관권선거를 주장하는 야당 불참 속에 치른 ‘반쪽 대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당시 ‘여소야대’ 베네수엘라 국회는 2019년 1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내세웠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역시 대부분 과이도를 지지했다.
그러나 과이도는 내부 결속에 실패해 2022년 12월 31일 불명예 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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