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부터 연금 받을 수 있는데
일하게 되면 수령액 줄어들어
직장인 대신 연금생활자 선택
日, 일손 부족에 제도 개편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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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구보타 공장에서 조업중인 근로자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일손 부족 대책의 하나로 고령자의 ‘후생연금(한국의 퇴직연금과 유사)’ 제도를 손본다.
현재는 급여와 연금을 합쳐 일정 금액이 넘으면 연금액이 줄어드는 구조인데, 기준을 높여 고령자가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연금제도를 담당하는 부처인 후생노동성이 고령자의 후생연금 실수령액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 초 정기국회에 제출한다고 보도했다.
연금이 줄어들게 되는 기준을 현재의 월 50만엔(약 450만원)에서 최대 71만엔(640만원)으로 올리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 후생연금은 65세부터 받을 수 있다.
이때 직장에 다녀 수입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연금이 줄어들게 된다.
구체적으로 임금과 후생연금을 합쳐 월 50만엔이 넘을 경우 초과분의 절반을 후생연금에서 삭감하게 된다.
현재 일하는 고령자의 20%가량이 여기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급여가 40만엔이고 후생연금 수급액이 30만엔인 사람의 경우 합계액이 70만엔이다.
이 경우 기준액을 초과한 20만엔의 절반인 10만엔의 연금은 받을 수 없게 된다.
실수령액이 60만엔인 것이다.
만약 기준액을 월 62만엔으로 올릴 경우 연금 감액분은 4만엔이 되어 실수령액이 66만엔으로 증가하게 된다.
현재 일본은 심각한 노동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후생연금 삭감에 반발한 고령자가 일터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번에 연금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이다.
일본의 60대 후반 취업률은 2013년 38.7%에서 지난해 52.0%까지 상승했다.
기업들도 잇달아 정년을 70세로 늘리는 등 고령자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기준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제도를 폐지할 경우 일하는 고령자의 연금은 늘지만 미래 세대의 몫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제도를 완전히 폐지할 경우 연간 4500억엔가량 연금 지급액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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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노동성 로고 |
후생노동성은 고령자 연금 지급 증가로 인한 연금 재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고소득 직장인이 내는 후생연금 보험료 상한을 올리는 방법도 검토중이다.
현재 후생연금 보험료는 임금 수준에 따라 32단계로 구분한 ‘표준보수월액’에 18.3%를 곱한 금액을 회사와 개인이 절반씩 부담한다.
현재 표준보수월액의 상한 금액은 65만엔으로, 이 경우 개인이 내는 보험료는 월 5만9000엔이 된다.
해당 등급에 속하는 인원은 지난해 7월 기준 후생 연금 가입자의 6.3%에 달한다.
닛케이는 “상한 금액을 75만엔으로 올릴 경우 월 보험료는 6만8000엔이 되지만 이들이 미래에 받게 되는 연금이 연 6만1000엔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며 “야당에서 신중론을 펼치고 있어 향후 논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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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에도 직업을 이어가는 일본 전통 기술자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
과거 일본 후생연금은 연령과 함께 퇴직 요건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일하는 고령자는 원칙적으로 원금을 받지 못했다.
이를 고친 제도가 1965년 도입된 ‘재직 노령연금’ 제도다.
초기에는 80%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가 1985년에는 이를 전액 지급으로 고쳤다.
하지만 일본 경기가 침체되고 연금 재정에도 부담이 커지면서 2000년부터 현재의 제도로 정착됐다.
이런 가운데 건강한 고령자가 늘게 되자 다시 재직 노령연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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