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우크라 전쟁 1000일 ◆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노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감행한 첫 러시아 본토 공격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날 오전 3시 25분 적군이 에이태큼스 6발로 브랸스크 지역의 한 시설을 공격했다"며 "6발 중 5발은 요격하고 1발은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이 배치된 쿠르스크주가 아닌 서부 국경 브랸스크를 첫 표적으로 삼았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는 현지 매체 RBC 우크라이나에 이 사실을 확인했다.
본토까지 에이태큼스로 공격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非)핵보유국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바꿨다.
크렘린궁은 이날 개정된 핵 억지 분야 국가정책의 기초(핵 교리)를 승인하는 대통령령(러시아연방의 핵 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개정 핵 교리는 이날부터 발효됐다.
개정 교리는 핵 억지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동맹, 핵 억지로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의 범위를 확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완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000일째인 이날 타스통신은 "핵 교리의 기본 원칙은 핵은 국가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는 것"이라며 "새로운 군사적 위협과 위험이 발생해 핵무기 사용을 허용하는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에이태큼스의 사용 범위 확대를 승인한 데 따른 대응인 셈이다.
공개된 핵 교리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모두 핵보유국이다.
이번 개정으로 러시아는 새롭게 부상하는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핵무기 사용을 허용하는 기준을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는 아울러 주권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러시아 영토에 대한 적의 항공기·미사일의 대량 발사,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면 핵 대응을 고려할 권리를 교리에 명시했다.
이는 최근 핵보유국인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미사일 사용을 허용하기로 한 것과 관련돼 교리를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비핵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국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암묵적으로 승인한 미국의 전략 변경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의 동일한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로 이어지고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루 전 바이든 대통령이 에이태큼스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용 사용 승인을 허가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와 관련해 영국이 다음날 "우크라이나 전쟁 작전 세부 사항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간접적 입장 표명으로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 용도 사용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전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의 에이태큼스와 별개로 양국이 공동 개발한 공대지 미사일 스톰섀도(최대 항속거리 250㎞)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는 영국보다 분명한 메시지로 미사일의 사용 제한을 해제했음을 확인시켜줬다.
이날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략하고 있는 곳에서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용도라면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밝혔다.
전쟁 1000일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27만명이 세상을 떠났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군인과 민간인이 각각 6만435명, 1만2000명 사망했다.
러시아에서는 19만7564명이 전사했다.
[이재철 기자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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