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그룹 지주사가 최근 자사주를 재단법인에 무상으로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주주 반발이 거세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존 취득 목적에 역행한다는 비판이다.

반면 오너 일가 입장에선 사재를 단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경영권 백기사를 확보하는 셈이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홀딩스는 지난 11일 비영리 재단법인을 설립해 자사주 47만193주(11월 8일 종가 기준 약 163억원)를 무상 증여하겠다고 공시했다.

발행 주식 총수의 약 4.76%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 측은 공시에서 '사회적 책무 실행'을 처분 목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사실상 재단을 통해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시켜 최대주주 우호 지분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지닌다.


주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20년 2월과 2021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목적으로 밝힌 '주주 친화 정책'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HL홀딩스는 배당수익률이 6%에 육박함에도 2차 자사주 취득 시점 이후 주가가 24% 하락한 상황이다.

현 주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시적 충격을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이번 무상 출연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려아연발(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눈초리를 보낸다.

HL홀딩스는 정몽원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1.58%에 불과하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하면 지배력이 낮다는 평가다.


주식 증여가 회사 재무 부담을 키운다는 점도 논란이다.

약 163억원의 기부금이 일시에 회계상 손실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과거 3년 평균 지배주주 순이익의 약 30%에 해당한다.

여기에 재단에도 배당을 지급하면 약 9억4000만원(주당 2000원)이 추가 지출된다.

전년 배당 지출의 4.9% 수준이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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