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5일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은 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21% 상승한 5만3500원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서는 32.79% 하락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 사업장 운영에 먹구름이 낀 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력이 경쟁사보다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은 탓이 크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4만9900원에 장을 마치면서 2020년 6월 15일(종가 4만9900원) 이후 약 4년5개월 만에 5만원 선을 밑돌았다.
이에
삼성전자가 10조원을 투입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것이다.
2024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유동자산은 219조2351억원이다.
이 가운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3조1313억원, 정기예금·머니마켓펀드 등 단기 금융상품이 60조6165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현금성 자산이 103조7478억원으로 10분의 1에 이르는 자금을 긴급 투입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강력히 전달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10조원 안팎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것은 2015년(11조3000억원)과 2017년(9조3000억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3년간 10조원 이상 배당, 자사주 20조원 이상 매입·소각을 단행하면서 대대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주가 부양과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일 기준 0.8배로 역사적 저점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최저 PBR은 메모리 업황 기대가 높았던 2021년에는 1.6배까지 올라갔고 1배 미만으로 떨어진 시기가 거의 없었다.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시기에도 대규모 주주환원을 들고나온 배경에는 이처럼 극심한 주가 저평가가 있었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15일에는 7.21% 오른 5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우선주도 6.87%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상승세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폭락한 다음 강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난 2020년 3월 24일(10.47% 상승) 이후 처음이다.
이날
삼성전자 상승세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2351억원으로 지난 8월 16일 5190억원 이래 최대 규모다.
전일에만 4700억원을 사들인 것을 감안하면 매수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그간의 매도세가 멈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에 기관투자자 역시 53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삼성전자 거래량은 2조3000억원으로 전 거래일과 비슷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래량이 평소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은 시장에서 주가에 대한 이견이 많다는 의미로, 블랙먼데이인 8월 5일 거래량이 늘어난 이후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단기 반등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본주를 계속 팔아치우던 외국인은 14일에도
삼성전자우선주를 430억원어치 순매수할 정도로 연 3%(우선주 기준)의 배당 매력이 부각된 측면도 있었다.
[김제림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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