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미국 대선 직후 국내 조선, 전력기기, 방산 종목은 왜 올랐나요?
A.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국내 시장에선 조선과 기계업종 주가가 특히 상승했습니다.
이는 대선 결과를 반영하려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했기 때문입니다.
건설기계는 과거에도 일부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수혜주로 지목해왔습니다.
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면 한국 건설기계 업체들이 우크라이나 재건과 러시아 수출 재개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조선, 전력기기, 방산업체가 수혜주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조선업은 화석연료를 다루는 해양구조물과 에너지수송선을 건조하지만 선박 환경규제가 후퇴하고 해상교역량이 위축되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전력기기는 원자력 발전이 확대되면 수혜를 누릴 수 있지만, 에너지 전환의 지속 여부와 관세 리스크에 민감합니다.
방위산업은 미국과 안보 비용을 부담하는 유럽 국가들의 재무장 수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종전으로 투자심리가 냉각될 위험이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조선, 전력기기, 방산 부문 주가 상승은 단순히 미국 대선으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보다는 사업구조와 업황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해당 사업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객사의 투자 결정이 불확실성에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선박, 전력기기, 무기는 고가이고 사용 연한이 깁니다.
이에 따라 구매자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 구매 결정을 미루는 성향이 있습니다.
즉, 선거 이벤트가 종료된 것만으로도 단기에 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세 산업의 주기가 길고 현재 호황 국면에 진입해 있는 상태라는 점입니다.
이는 정책 변수가 산업의 장기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마지막 공통점은 조선, 전력기기, 방산 기업들이 이미 대규모 수주 잔액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산업의 매출이 상당 기간 확정된 셈입니다.
조선, 전력기기, 방산업종 주가가 오른 이유는 결국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회피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조선과 방위산업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매출 의존도가 높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조선, 전력기기, 방산업 주가 상승을 일시적이고 과도한 반응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익 개선 모멘텀이 존재하는 조선업, 아직 해외 경쟁사들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전력기기 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영수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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