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도한 코스피 하락장에도 선방하던 금융주들이 환율 충격에 추가 모멘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달러값 상승은 보통주 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환원 규모를 줄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에서는 3분기 말에 비해 CET1을 80bp(1bp=0.01%포인트)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은 한 달 전에 비해 1.22% 오른 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리금융도 0.69% 상승했다.
같은 기간 7% 하락한 코스피에 비해 우수한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들은 지난달 말 3분기 실적 발표 당시와 비교하면 주가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KB금융만 하더라도 지난달 25일 10만1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후 주가가 10%가량 빠졌다.
주가 하락은 차익 실현과 함께 가파른 달러값 상승이 실적 악화와 주주환원율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이 발표된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청사진은 모두 CET1을 기반으로 마련돼 있다.
가령
KB금융이나
신한지주에서는 CET1이 13%를 초과하는 자본은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만족시키는 선에서 추가 자본은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지급에 쓰겠다는 것이다.
올 3분기 기준으로
KB금융의 CET1은 13.85%,
신한지주는 13.13%, 하나금융은 13.17%여서 주주환원 여력은 마련된 상황이었다.
우리금융은 CET1이 12%이긴 하지만 밸류업 공시에서 CET1 11.5~12.5% 시 주주환원율 35%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내년 순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위험가중자산까지 늘어나면서 CET1이 당초 전망치보다 낮아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CET1은 순이익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인데, 달러 가치 상승은 위험가중자산을 높인다.
은행의 외화 대출은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되며, 달러 가치가 오를수록 원화 환산값이 커지는 구조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하락할 때
KB금융과
신한지주는 CET1이 1bp 떨어지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3bp 낮아진다.
3분기 달러당 원화값이 1320원이었고 당초 전망치인 내년 1350원일 때만 하더라도 달러값 상승은
KB금융과
신한지주의 CET1을 4bp, 하나금융·우리금융은 10bp 낮추는 제한적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1407원까지 올라간 달러값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하나금융이나 우리금융은 CET1이 25bp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적으로 가정해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하락 시 CET1이 10bp 떨어진다면 1420원대에선 CET1이 1%포인트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
다만 원화값 하락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고배당주로서 은행주의 매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스피가 주당순이익(EPS) 감소로 인한 하락장에 접어들 때 배당주는 코스피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 이익에 대한 우려와 글로벌 반도체 지수 부진 때문에 한국 증시 급락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시장에 비해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고배당주"라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